[인문사회]中작가가 쓴 조선의 패망사…‘조선망국연의’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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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망국연의/양진인 지음·임홍빈 옮김/전 2권 각 290쪽 내외·각권 9500원·알마

26일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지 97주년이 된다. 이 책은 안 의사와 이토를 두 축으로 조선이 어떻게 일제의 침략에 농락당하고 패망했는가를 다룬 중국의 소설이다. 통속작가 양진인이 1920년 발표한 소설을 번역했다. 작가는 운요호사건,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명성황후 시해, 러-일전쟁, 매국노의 매국행위 등을 중국 전통 연극체소설인 연의(演義)의 형식으로 소개했다.

일본의 침략 앞에 무력하던 중국을 염두에 둔 듯 조선의 패망사에 대한 동병상련의 정이 절절하다. 그러나 무능한 고종황제와 권력투쟁에만 몰두한 명성황후 등에 대한 전형적 역사인식이 엿보이고, 일본의 농간에 놀아난 김옥균(소설 속 왕징)이 일본 측 첩자로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해 활약했다거나 박영효가 명성황후의 시해에 앞장섰다는 등 역사왜곡도 드러난다.

특히 안 의사 못지않게 이토도 일국의 영웅으로 묘사한 점이 독특하다. 무엇보다 한 국가의 망국사가 타국 소설가에 의해 통속소설화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 주는 책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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