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당 정인보 '담원문록' 출간 기념회

  • 입력 2006년 10월 1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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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위당 정인보의 일화에 대해 설명하시는데 차마 내가 그의 손자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 때 70명에서 27등 하고 있었거든요."

조선 국학 연구를 이끌었던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1893~1950)의 외손자인 강석화(경인교대 사학과)교수가 유년 시절의 일화를 말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위당의 한문 문집인 '담원문록' 국역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담원은 위당의 호이며, 담원문록은 그가 남긴 행장·전(傳)·제문·묘비문·서(書)·서(序)·시(詩)·편지와 논문 등이 수록된 문집이다. 1967년 연세대에서 영인본으로 출간했으나 어렵다는 평과 함께 누구도 국역에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위당의 셋째 딸인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24년 만에 우리말 번역을 마쳤다.

일본 강점기에 조선 국사학계를 선도하는 학자였던 정인보는 1950년 납북되기까지 '조선사연구', '양명학연론' 등 많은 명저를 남겼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가족으로는 정양완, 강석화 교수를 비롯, 정양모(4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신항(사위) 한국어문회 부이사장, 강석재(외손자) 서울대 수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위당 집안의 학문적 기풍을 짐작케 했다.

이날 설성경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은 축사에서 "어려운 시대 올곧게 살다 간 선각자를 우리가 어떻게 다시 받아들이는 지가 중요하다"고 출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선생이 남기신 '조선의 얼'은 애상적 민족감정의 통속어가 아니다"며 "우리가 담원에 대해 아는 바가 적은데 '담원문록'을 통해 국학의 나아갈 방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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