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18명이 밝히는 책과 삶…‘책, 세상을 훔치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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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훔치다/반칠환 글·홍승진 사진/240쪽·9800원·평단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내 인생의 책’을 묻자 배우 유인촌 씨는 한 문장을 술술 읊었다.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의 한 구절이다. 요즘 공연예술을 하는 젊은이들도 가만히 보면 지적인 분석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걱정하는 유 씨. 그게 다 책을 안 읽어서라고 한다.

시인 반칠환 씨가 유 씨를 비롯해 가수 김창완, 건축가 김진애, 개그우먼 김미화 씨 등 명사 18명을 만나 책 이야기를 들었다. 저마다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 그리고 독서가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사람들이다.

“독서는 혼자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깨어 준다”고 말하는 화가 김점선 씨. 장 주네의 ‘도둑 일기’,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내 인생의 책’으로 꼽는다. 대담하고 강렬한 그림, 자유롭고 개성적인 성격의 화가는 “독서와 글쓰기가 나를 끊임없이 확장시켰다”고 말한다.

‘복수’ 시리즈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 그는 초등학교 때 읽었던 ‘암굴왕’(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신과 감금과 복수의 감동이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촬영현장에서도 장편소설을 읽는 소문난 독서가로 알려진 박 감독. 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들도 영향을 많이 미쳤고… 독서는 내 영화의 자양이죠”라면서 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자칭 ‘독서 전도사’ 한비야 씨. 그는 어렸을 적 아빠가 사다 준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면서 모험가의 꿈을 키웠다. “성경, 법정 스님의 ‘무소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내게 깊게 영향을 미친 책들입니다.” 그는 책이 어떤 것보다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육체가 매일매일 밥을 먹듯이 책은 정신의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고 믿는다. 요즘은 산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전 세계 높은 산을 오르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독서를 안 하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풍부한 산소를 마시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평론가 이어령 씨, “깊이 있는 연기를 위해 책에 빠져들었고 깊이 새겨볼 수 있는 글의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는 김미화 씨…. 명사들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사연과 함께 지나온 삶도 자연스럽게 풀려나온다.

명사들이 들려준 얘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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