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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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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진 씨는 손톱만한 크기의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올 3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이 2만 달러에 낙찰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폭탄 위의 도시’는 그 손톱만한 조각들이 꾸린 미니어처 도시. 이 도시는 작가가 미군 폭격장에서 구한 버려진 폭탄 위에 지어졌다. 함 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에 지어진 곳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면서 “이런 도시에서 사는 인간 군상이 작고 허약해 보인다는 생각에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사람들도 조그맣거니와, 맥도널드나 시티그룹 같은 거대기업도 폭탄 위에선 자그마하다.
무기 아래 악기가 있다. 1층 ‘폭탄 위의 도시’를 보고 지하에 내려가면 나무 기타 9점이 전시됐다. 배영환 씨의 ‘남자의 길’ 시리즈다. 기타는 버려진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기타마다 와이셔츠 무늬가 찍혀 있다. 재료가 암시하는 것처럼 작가는 소외되고 쓸쓸한 현대의 ‘남자’를 표현한다.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의 수고가 끝난 다음, 길거리에 나앉은 오래된 장롱 같은 신세가 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그런데 왜 기타일까? “기타는 젊었을 적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그러나 어른들은 권하지 않았을 길이며, 이루어지지 못한 남자의 꿈이 담겼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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