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 ‘삼색 자화상’…‘함진-김상길-배영환’전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00분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Three Stories-함진, 김상길, 배영환’전은 화단에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전시회다. 함진(28) 김상길(32) 배영환(37) 씨는 모두 미술관이나 화랑이 아닌 대안공간 출신으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 이름을 알린 젊은 작가들이기 때문. 대안공간을 통해 활동해온 이들이 최근 PKM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영입된 점도 화제였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조각, 사진, 설치작품 등 20여 점. 저마다 주력하는 작업이 다른 만큼 작품도 다양하다. 세 작가 모두 독창적이면서도 대중 친화적이다.

함진 씨는 손톱만한 크기의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올 3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품이 2만 달러에 낙찰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폭탄 위의 도시’는 그 손톱만한 조각들이 꾸린 미니어처 도시. 이 도시는 작가가 미군 폭격장에서 구한 버려진 폭탄 위에 지어졌다. 함 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에 지어진 곳임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면서 “이런 도시에서 사는 인간 군상이 작고 허약해 보인다는 생각에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사람들도 조그맣거니와, 맥도널드나 시티그룹 같은 거대기업도 폭탄 위에선 자그마하다.

무기 아래 악기가 있다. 1층 ‘폭탄 위의 도시’를 보고 지하에 내려가면 나무 기타 9점이 전시됐다. 배영환 씨의 ‘남자의 길’ 시리즈다. 기타는 버려진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기타마다 와이셔츠 무늬가 찍혀 있다. 재료가 암시하는 것처럼 작가는 소외되고 쓸쓸한 현대의 ‘남자’를 표현한다.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의 수고가 끝난 다음, 길거리에 나앉은 오래된 장롱 같은 신세가 된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그런데 왜 기타일까? “기타는 젊었을 적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그러나 어른들은 권하지 않았을 길이며, 이루어지지 못한 남자의 꿈이 담겼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김상길 씨의 ‘모션 픽처’ 시리즈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계속돼 온 연작이다. 김 씨는 영화적 시각 효과가 생활 속으로 유입되는 장면을 포착해 카메라에 담아 왔다.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배달서비스회사를 이용해 우편물을 전달하는 ‘motion picture-사인’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등장하는 비슷한 장면을 차용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영상과 밀착돼 있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9월 5일까지. 02-734-9467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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