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인터뷰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녀는 달랐다. 흰 셔츠에 남색 치마. 마치 일본 만화 속 ‘메이드(하녀)’를 연상케 하는 깜찍한 복장부터 반짝이는 눈과 볼 살까지. 누가 불혹에 이른 아줌마라고 말할까.
“주변에서 절 보고 ‘땅 위에 3cm 정도 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전 자신이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염려마세요. ‘개념’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호호.”
모습도, 언행도 마치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은 그녀는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감독 간노 요코(菅野よう子·39) 씨.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든 그녀는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국내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2’의 음악을 맡았다. 작곡가, 음악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한 지 19년 만에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그녀를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늘 애니메이션 음악만 맡다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게임 음악을 맡았죠. 한국 온라인 게임 소식은 가끔 뉴스에서 온라인 게임 하다가 사망한 사람들 얘기만 들었어요. 하하. 하지만 게임 내용이 전쟁이나 살인이 아닌 긍정적인 내용이라는 말을 듣고 도전했어요. 전 평화주의자니까요.”
#2세 때 만든 ‘러브송’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왜소한 그녀가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 등 스케일이 큰 일본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캐릭터들의 옷을 입어요. ‘공각기동대’ 음악을 만들 때는 가죽옷을 입고 잤어요. ‘라그나로크2’ 캐릭터들의 꼬리나 큰 귀 등도 실제로 몸에 붙여 봤죠.”
톡톡 튀는 그녀의 대답은 “음악의 실체는 움직이는 것, 역동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진지한 음악관 얘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두 살 때부터 음악작업을 했다”는 말에는 ‘헉’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두 살 때 옆집 남자 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전 머릿속 일을 말로 표현하는 데 젬병이지만 음감은 남달랐죠.”
그녀는 지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게임을 넘어 종합예술까지 한국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최고의 작품은 ‘라그나로크2’예요. 전 과거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인생의 최고 걸작인 것 같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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