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속살 드러낸 렌즈 속 달항아리…구본창 사진전 30일까지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선 백자를 담은 구본창 씨의 사진작품.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조선 백자를 담은 구본창 씨의 사진작품.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장엔 백자 사진뿐이다. 그것도 아무 무늬도 입히지 않은. 얼핏 보면 연필 데생 같다. 처음엔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보는 이의 마음이 차츰 차분해진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는 30일까지 사진작가 구본창(53) 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에 찍힌 대상은 모두 백자. 구 씨가 3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리움박물관 등 국내 박물관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것이다.

구 씨는 ‘현실의 기록’으로서의 사진 대신, 연출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는 ‘만드는 사진’을 개척한 작가다. 1990년대 이후 그는 ‘세월의 흔적’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백자 사진 한 장 한 장에서도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카메라에 담긴 백자 중 어느 것 하나 색깔이 들어가지 않았다. 흑백의 색감뿐이어서 세월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려 주는 달항아리의 흠집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백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오래된 것이다. 그는 1989년 서양 잡지에서 한 서양인 할머니가 백자 옆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낯선 외국인과 함께 먼 타국에 있는 백자의 서글픔을 느꼈다.” 15년 뒤 일본 교토(京都)를 여행하다 잡지에 실린 백자 사진을 보고 그는 백자 작업을 결심했다.

구 씨 특유의 ‘만드는 사진’ 기법은 이번에도 적용됐다. 사진을 찍은 뒤 도자기 특유의 광택을 완전히 없앴다. 맨살을 드러낸 것. “형태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02-735-8449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