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는 30일까지 사진작가 구본창(53) 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에 찍힌 대상은 모두 백자. 구 씨가 3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리움박물관 등 국내 박물관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것이다.
구 씨는 ‘현실의 기록’으로서의 사진 대신, 연출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는 ‘만드는 사진’을 개척한 작가다. 1990년대 이후 그는 ‘세월의 흔적’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백자 사진 한 장 한 장에서도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카메라에 담긴 백자 중 어느 것 하나 색깔이 들어가지 않았다. 흑백의 색감뿐이어서 세월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려 주는 달항아리의 흠집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백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오래된 것이다. 그는 1989년 서양 잡지에서 한 서양인 할머니가 백자 옆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고 “낯선 외국인과 함께 먼 타국에 있는 백자의 서글픔을 느꼈다.” 15년 뒤 일본 교토(京都)를 여행하다 잡지에 실린 백자 사진을 보고 그는 백자 작업을 결심했다.
구 씨 특유의 ‘만드는 사진’ 기법은 이번에도 적용됐다. 사진을 찍은 뒤 도자기 특유의 광택을 완전히 없앴다. 맨살을 드러낸 것. “형태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02-735-8449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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