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와, 모든 이와 함께’…김수환추기경 주교수품 40돌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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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84·사진) 추기경이 31일로 주교 수품 40주년을 맞는다.

김 추기경은 이날 특별한 의식을 하지 않고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조촐한 모임만 열기로 했다. 주변에서 축하연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김 추기경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김 추기경은 1976년 사제 수품 25주년인 은경축, 2001년 50주년인 금경축 행사를 했는데 또다시 축하연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또 김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된 후 언론이나 신자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될 경우 정 추기경의 활동이 가려질 것을 염려한 때문인지 가능하면 행사를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화가 안 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김 추기경은 건강을 회복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면담하는 등 평상시처럼 활동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1966년 주간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을 지내던 중 44세에 주교 품을 받고 부산교구에서 떨어져 나온 마산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부임했다. 이때 그는 주교직 사목 표어를 ‘여러분과 또한 많은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로 정했다. 그는 성혈 축성 경문(예수님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내 몸과 피를 내어주신다고 하신 말씀)에서 인용한 이 구절을 무척 좋아해 훗날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할 때도 이것을 약간 고쳐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를 사목 표어로 썼다.

마산교구장으로 2년간 재직한 김 추기경은 1968년 최연소 대주교로 승품해 서울대교구장이 되었고 다음 해 4월 47세의 젊은 나이로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세계 최연소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그 후 김 추기경은 군사독재 치하의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등 격동기 한국현대사 속에서 등불 역할을 해 왔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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