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송 당근송 숫자송…퓨전동요 톡 톡 톡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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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 누가 해킹했어/로그인도 안 되지롱∼/프로그램들이 모두 언인스톨(uninstall)됐어/젠장 누구냐고….”

초등학생 조성우(9) 군과 동생 재우(8) 군이 요즘 즐겨 부르는 노래는 ‘해킹송’이다. 컴퓨터 해킹을 코믹하게 다룬 이 노래는 지난해 한 누리꾼이 발표해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성우 군의 어머니 김현희(39·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씨는 “아이들이 ‘과수원길’이나 ‘반달’ 같은 동요를 불러 주길 바라지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노래나 ‘유희왕’ 같은 만화 주제가를 더 즐겨 부른다”고 말했다.

2006년 현재 동요는 대중가요와의 접점을 찾은 ‘퓨전동요’ 형태로 진화 중이다.

‘노을’ 등 인기 창작동요를 배출한 MBC 창작동요제는 올해 출품작의 편곡을 기존의 MBC 관현악단 대신 대중가요 작곡가 김형석, ‘키즈팝’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씨에게 맡겼다. 이들은 본선 진출곡 10곡을 재즈, 댄스, 발라드 등으로 편곡했다.

SBS ‘씽씽씽 동요나라’(매주 목 금 4시 50분)에서는 만화 캐릭터가 록밴드 멤버로 출연해 창작동요를 가르쳐 준다. 인터넷에서는 ‘당근송’ ‘숫자송’ 등 코믹 캐릭터가 부르는 노래들이 동영상, 플래시 등과 결합돼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당근송’의 경우 휴대전화 통화연결음, MP3 등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톱 10 안에 들 정도로 성인들에게도 ‘히트송’이 됐다. 과거 록밴드 ‘산울림’이 ‘꼬마야’ ‘산할아버지’ 같은 동요풍의 가요를 발표한 일은 있지만 최근처럼 ‘퓨전동요’가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다.

동요와 대중가요의 퓨전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로틴(Low teen)’ 세대가 중심이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가수 데뷔를 준비했던 보아를 시작으로 8∼11세 여자 어린이로 구성된 7인조 그룹 ‘7공주’ 등 어린이들의 문화에는 이미 대중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린 것.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의 동요 역시 진화 중이다. 현재 각 학년 7차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곡은 대략 30곡으로 최근 창작된 동요 위주다. ‘고향의 봄’ 같은 유명 곡들을 제외하면 ‘봄나들이’, ‘봄맞이’, ‘달맞이’ 같은 자연친화적인 가사의 옛 동요들은 빠진 상태.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 김대원(44) 연구관은 “교육부 심의위원과 동요 전문가들이 검토해 ‘아기 염소’ 같은 최근 창작동요제 입상곡들 위주로 수록했다”고 말했다.

MBC 창작동요제의 김용관 PD는 “MP3로 록, 힙합, 랩 음악을 듣고 인터넷이 취미인 21세기 아이들에게 과거 동요만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며 “대중문화와 동떨어지지 않게 세련된 형태로 진화해야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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