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오락프로 맞히기 열풍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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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전원정답 참! 잘했어요’ 코너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1970, 80년대 유행어의 뜻을 묻는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 제공 MBC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전원정답 참! 잘했어요’ 코너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1970, 80년대 유행어의 뜻을 묻는 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 제공 MBC
‘뭐든지 맞혀라∼.’

요즘 인기 오락 프로그램의 트렌드다. 지상파 TV 3사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문제를 내고’ 이를 ‘맞히는’ 형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비드라마 부문 시청률 5위까지의 프로그램을 보면 이 중 4개(KBS ‘해피 투게더-프렌즈’ ‘상상플러스’, SBS ‘야심만만’ ‘진실게임’)가 정답 맞히기 프로그램이다.

○ 각 시간대 시청률 1위 인기몰이

바람의 진원지는 KBS다. KBS는 지난해 맞히기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열세였던 예능 프로그램 부문에서 대역전을 이뤄냈다. ‘해피 투게더-프렌즈’ ‘상상플러스’ ‘비타민’ ‘스펀지’ ‘스타 골든벨’ 등이 그 주역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 3사 중 각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해피 투게더-프렌즈’는 출연자들이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노현정 아나운서를 스타로 만든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는 순수 우리말 정보와 신·구세대의 언어 차이를 퀴즈 형태로 전달한다. 일상 속 궁금증을 실험과 현장검증을 통해 풀어 보는 ‘스펀지’, 음식과 관련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비타민’ 등도 맞히기 형식을 통해 정보와 오락을 동시에 제공한다.

시청자 최재훈(32·회사원) 씨는 “가볍게 즐기며 문제를 풀지만 하나라도 배웠다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이들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MBC도 맞히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분위기를 반전 중이다.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 도전’은 몸으로 하던 도전에서 문제를 푸는 형식의 ‘퀴즈의 달인’으로 프로그램 포맷을 변경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전원정답 참! 잘했어요’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모티콘의 뜻, ‘따봉’ 같은 추억의 유행어 등 신·구세대가 상대의 관심사를 문제로 내고 이를 맞히는 코너다

SBS의 주력 예능 프로그램들도 맞히기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출연자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내용을 유추하는 ‘야심만만’,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인지를 알아보는 ‘신동엽의 있다 없다’, 가짜 진짜를 가리는 ‘진실게임’, 실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법률적 유무죄를 가려 보는 ‘솔로몬의 선택’ 등이 있다.

○ “퀴즈는 뒷전, 말장난만 난무” 비판도

왜 맞히기가 오락 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로 사용될까?

일선 PD들은 심리학적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재미’를 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이에 부합되는 것이 맞히기 프로그램이란 설명이다.

제작 PD들에 따르면 △출연자가 답을 말하는 순간 화면을 정지하거나 슬로 모션으로 바꾸는 ‘과연’ 기법 △카메라 여러 대로 정답이 밝혀지는 장면을 다각도로 보는 다각화면 기법 △답을 말하는 출연자의 배경을 그림으로 처리해 집중도를 높이는 포토샵 기법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출 기법을 활용한 것도 맞히기 프로그램의 유행을 부추겼다는 것.

TV 주 시청자층의 변화도 지적된다. ‘강력추천 토요일’의 김태호 PD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대를 겨냥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주 5일 근무제, 케이블TV, 인터넷 등으로 인해 TV를 보는 10, 2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맞히기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엇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송 3사마다 엇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아 식상하게 만드는 데다 △문제 맞히기는 부수적일 뿐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출연진의 좌충우돌 경험담 등 연예인 말장난 식 토크쇼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점 △프로그램을 4, 5개씩 맡는 소수의 스타 MC와 인기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제한된 시간에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작환경의 산물이라는 점 등이 지적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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