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화가 오승윤씨 자살…아파트 투신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코멘트
광주지역 원로 서양화가 오승윤(吳承潤·67·사진) 씨가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13일 오전 11시 45분경 광주 서구 풍암동 모 아파트 화단에 오 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배모(68)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오 씨는 한국 근대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 오지호(吳之湖·1905∼1982) 화백의 둘째아들로 부친이 생전에 살던 광주 동구 지산동 ‘오지호 초가’ 인근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오 씨는 이날 오전 누나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 갔다가 8층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소식이 알려진 후 광주 동구 지산동 오 씨의 작업실에서는 오 씨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1장 발견됐다.

오 씨는 유서에서 ‘판화는 그대로 둬라. 재판 시 증거로 놔둬라’라는 글과 함께 ‘사회는 너무 냉정했다’ ‘예술은 나의 목적이었다’는 등의 말로 자신의 심정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의 매형 박모(75) 씨는 “처남이 찾아와 10여 분간 화집 발간 작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나가 엘리베이터를 탔다”면서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가끔 하는 말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자살할 만한 낌새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지난해 11월 화집 발간과 함께 12월에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화집 발간이 늦어져 전시회도 올해 4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씨가 지난해 6월 한 출판사와 계약한 자신의 화집 출간이 늦어지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유족의 말에 따라 투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광주전남미술인장(장례위원장 황영성)으로 치러진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