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이성선/“새해의 기도”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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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시집 ‘이성선시전집’(시와시학사) 중에서

새해, 새날을 맞으면 누구나 새로운 결의와 소망 한 가지쯤 되뇌어 보기 마련이다. 본디 나날이 새롭거늘 ‘묵은 날’과 ‘새날’이 따로 있을까마는 ‘나날의 새로움’을 놓치기 일쑤인 범부들로서는 이때에 심기일전을 꾀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시인이었던 저이의 소망, ‘아름다운 글’과 ‘시집’ 대신에 각자 저마다의 새해 소원을 넣어 읽어봄직하다. 첫 마음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은 어렵다. 불가에서는 처음 발심한 그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곧 부처님의 경지라고 말한다. 병술년 한 해, 맑으나 궂으나 추우나 더우나 새순 같은, 고갱이 같은 첫 마음이 함께하시길.

- 시인 반 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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