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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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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18세’(KBS2·2004년)에서 제가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채려는 여성으로 나왔잖아요. 그때 동갑내기 탤런트 한지혜 씨가 여주인공이었는데 천방지축 캐릭터였어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바람이 당장 이루어지진 않았다. ‘왕꽃선녀님’(MBC·2004년)에선 사랑에 빠졌지만 무속인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여성 역을 맡았고 ‘그린로즈’(SBS·2005년)에서는 뜻밖의 불행을 겪으면서 마음의 고통을 겪는 부잣집 딸을 연기했다. 잇달아 우울한 역을 하다 보니 “새로 출연 제안을 받는 드라마 대본도 다 우울한 내용이었다”.
‘마이걸’ 대본을 받고는 꼭 하고 싶다고 나섰다. 소망했던 바로 그 역이었다. 주인공 주유린은 허풍과 사기에 능한 관광 가이드. 먹고살기 위해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지만 억척스럽기보다는 깜찍하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이다해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낯설어하면서도 즐거워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오버 연기가 너무 귀엽다” “오랜만에 웃기는 드라마를 만났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이다해 자신은 고민이 많다. 눈물 연기에 익숙해진 그에게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 주유린 역이 연기하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코믹 연기에 자칫하면 썰렁한 반응이 나올 수 있잖아요. 진실함 없이 붕 떠보일 수도 있고… 요즘에 ‘개그콘서트’랑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열심히 봐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게 할까 관찰하고 있어요.”
호주 교포 출신인 그는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게 꿈이었다. 2001년 잠시 귀국했다가 미스춘향 선발대회에 해외동포 자격으로 출전해 ‘진’으로 뽑혔다. “한번 나가 본 것이었는데” 연예기획사의 연락이 쏟아졌다. 그제야 연기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때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 ‘왕꽃선녀님’에서 무속인 연기로 주목받았을 때. 요즘 ‘마이걸’로 바라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도 기쁘다. ‘마이걸’이 그간 수없이 되풀이돼 온 재벌 2세 남자와 ‘캔디’ 같은 여자의 사랑 얘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다해는 “연기하기에 따라 차별화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당차게 답했다. 그는 “다르게 보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면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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