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연애’서 첫 주연 전미선

입력 2005-12-09 02:58수정 2009-10-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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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전미선. 사진기자가 눕는 포즈를 요구하자, ‘저, 이런 거 아직 잘 못하는데…‘라고 어색해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미옥 기자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이다. 길에서 마주치면 일단 아는척부터 할 것 같다. 근데 이름은 금세 떠오르지 않는다. 배우 전, 미, 선(33).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애인으로 나왔다고 말하면 이해가 빠를까. 안양예고 3학년 때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봉순이 역할로 데뷔한 이래 16년 만에 그가 영화 ‘연애’(감독 오석근)에서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그의 갸름한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온 포스터에는 그의 이름이 가장 크게, 제일 앞에 나와 있다.

“처음 맡은 주연이라고 하지만 좋은 걸 느낄 겨를도 없네요. 누가 과연 내 영화를 봐 주러 극장에 올지 걱정돼서…. 배우의 인지도가 높으면 호기심이라도 있을 텐데요.”

‘날 인정해 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라는데 표정은 담담하고 어조는 차분하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바뀐 뒤 달라진 게 많으냐고 물으니 구체적인 답을 피한다.

30대 주부의 위태로운 연애담을 그린 ‘연애’. 사진 제공 프리비젼

“똑같은 배운데…. 너무 다른 거 같아요. 그전에 굳게 닫혀 있는 문들이 활짝 열린 느낌이죠. 그 점에서 상처가 되죠. 지금도 느끼고 있는 상처니까.”

‘인기’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히지 않고도, 꿋꿋이 배우로 버텨 온 근기가 느껴졌다. 9일 개봉하는 ‘연애’는 그런 연기파 배우 전미선의 역량에 온전히 기댄 작품이다.

두 아들을 둔 30대 주부 어진(전미선). 무능한 남편 탓에 이런저런 부업으로 생계를 책임져 온 그녀에겐 출구 없는 터널처럼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팍팍한 일상을 보내던 어진은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 준 김 여사(김지숙)와의 인연으로 노래방 도우미 생활에 뛰어든다. 그러면서 어진은 자상한 성격의 민수(장현성)를 만나 위태로운 연애에 빠져 든다.

“좋거나 기쁘거나 화나거나 이를 표현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삶을 받아들이는 게 보통 사람이죠. 그래서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면, 처지는 달라도 어진의 아픔에 공감을 느낄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찍는 동안 어진의 행동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그 여자의 아픔이 증폭돼 다가오던데요.”

‘연애’에서 낭만적인 만남에서 파격적인 정사신이 나온다는 점도 화제다.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 그는 “야한 장면이 나오지만 야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출 수위가 아니라 내용면으로 보면 야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영화의 완성도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희망 없는 상황이라지만 내성적인 주부가 낯선 남자들에게 몸을 내던지는, 벼랑 끝의 선택을 한다는 설정엔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미선이란 배우의 섬세한 눈빛과 미묘한 표정이 이야기의 빈틈을 채워 나간다. 잔잔한 화면과 음악을 배경으로 진짜 연애 한번 못 해본 여자가 남자를 만나 새롭게 느끼는 두근거림과 설렘을 오롯이 되살려 낸 것이다.

“영화가 말하는 것은 주부의 일탈 뭐 이런 게 아니라 연애라는 감정은 나이에 상관없이 늘 새롭게 찾아올 수 있다는 거죠. 꼭 남녀가 사귀어야만 연애가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사귀면 어떨까 하는 그 느낌과 상상력, 그것도 연애라고 생각해요. 연애는 엔도르핀이죠. 연애를 할 때의 설렘, 짜릿함,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그런 느낌. ‘남자를 사귀자’가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껴 보자는 건 나쁜 게 아니죠.”

원래 제목은 ‘연애는 미친 짓이다’였다. 물론 반어적 표현이다. 영화는 ‘이 세상에 마지막 연애라는 것은 없다, 그러니 언제나 새로운 연애를 꿈꿀 수 있다’고 속삭인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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