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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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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청소년지킴이로 봉사했어요. 한차례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막 끝났을 때였습니다. 1남 1녀를 결혼시켜 내보낸 뒤 다시 봉사에 나섰지요.”
최 씨가 하는 일은 백제 초기 적석총(돌무지무덤)을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화요일이나 주말 주 1회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적석총 주위를 돌아다니며 휴지도 줍고 관람객들과 얘기도 나눈다.
이렇게 해서 최 씨가 받는 봉사료는 주당 8000원. 점심 값과 차비, 교육비로 드는 돈은 월 5만 원이 넘는다.
적석총 주위는 1700평이나 되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바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공기가 맑고 조용하다.
최 씨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문화재지킴이는 알맞은 봉사라고 확신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에게 뭐라도 얘기해 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책도 찾아보고 역사 관련 강좌도 열심히 쫓아다녀야지요. 최근 사단법인 한옥문화원에서 연 문화재지킴이 강좌에 갔는데 다른 문화재지킴이들에게도 많이 배웁니다.”
4년 전만 해도 문화재지킴이에 대한 인식이 없어 관람객들이 공원을 휙 둘러보고 돌아가곤 했다. 최 씨의 존재를 몰라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는 관리실에 앉아 있다 학생 차림의 청소년이 오면 반갑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학생들에게 얘기해 줄 때가 가장 즐겁지요. 최근에는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많이들 물어 옵니다.”
최 씨는 적석총의 역사에 대해 묻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적석총 3호분은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에 있다는 고구려 장수왕 무덤보다도 규모가 큽니다. 그래서 왕의 무덤이 아닌가 생각되는데…그래서 아이들이 오면 왕기가 흐르는 무덤 주위를 서너 번 돌라고 해요. 왕기를 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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