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에 팔 물렸는데… “못찍었으니 다시” 촬영 강행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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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촬영 중 출연자가 부상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개그우먼 정정아(28·사진) 씨는 8월 22일부터 3주 촬영 예정으로 외주제작사가 진행한 KBS2 ‘도전 지구탐험대’의 브라질 야르보 부족 생활 체험에 출연했다가 아나콘다에게 오른팔을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아나콘다는 몸길이 6∼12m인 세계에서 가장 큰 뱀으로 독은 없다.

정 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르보 부족 촬영 마지막 날 숲에서 아나콘다에게 오른쪽 팔을 물렸다. 고통이 심해서 팔을 쑥 빼는 과정에서 아나콘다의 이빨이 팔에 박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일 이상 굶은 아나콘다를 PD가 옆에 가서 잡으라고 했다”면서 “아나콘다 이빨이 박혀서 뺐더니 PD는 ‘촬영을 못했으니 다시 집어넣으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바로 병원에 가려 했으나 PD가 소독하면 괜찮다고 해 나머지 촬영까지 했다”면서 “테이프 안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목격한 현지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이후 정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그는 다음 날 춤추는 장면을 찍었으나 팔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어 촬영을 포기하고 10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 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고 “‘뱀에게 물릴 경우 파상풍의 우려가 있고 증상은 한 달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므로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전 지구탐험대’ 제작팀장인 김영묵 PD는 “정 씨가 귀국하기 직전 담당 PD에게서 아나콘다에게 물렸다는 전화를 받고 정 씨가 귀국한 뒤 전화를 걸었으나 ‘괜찮다’고 하기에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알았다”며 “PD가 10월 1일 귀국하면 당시 정황에 대해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전 지구탐험대’는 출연자가 세계 오지 부족의 생활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탤런트 김성찬 씨는 1999년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 근처에서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바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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