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요리사들 체코서 총회 개최…요리비법 등 정보교환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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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체코 프라하에서는 색다른 ‘유엔총회’가 열렸다. 각국 정상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장금이’ 21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들은 그 자리에서 요리 비법을 교환하며 요리를 통한 세계평화를 다짐했다고 30일 AP통신이 전했다.

참석자들은 ‘주방장 중의 주방장 클럽(CCC·Le Club des Chefs des Chefs)’ 회원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의 식사와 공식 연회를 책임지는 요리의 달인들이다.

‘정치는 인류를 분열시키지만, 좋은 음식은 인류를 단결시킨다’는 모토 아래 1977년 창립돼 회원국이 40여 개국에 이른다. 회원 자격은 각국 왕실이나 정상의 전속 요리사 1명씩일 정도로 엄격하다. 다만 요리법이 다양한 중국만 예외로 2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매년 회원국을 돌아가며 모임을 갖는데 올해도 마크 플래너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전속 요리사 등 21명이 참가했다. 통상 주최국의 요리만 제공된다.

모임의 주된 목적은 각국 요리비법을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것이지만 각국 지도자의 식습관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

모임의 창립자인 질 블라가 씨는 “긴장감 도는 정상외교에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방장들은 “정상들이 ‘덕분에 무사히 조약을 체결했다’며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대통령의 주방장’들에게 필요한 조건은 뛰어난 요리솜씨만은 아니다. 세계 지도자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이들이라 들은 이야기도 많지만 정치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다.

2003년 8월 프랑스 파리모임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 주방장이었던 월터 샤이브 씨는 이라크전 당시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를 빼먹지 않고 드셨다”고 말한 게 전부일 정도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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