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모욕한 MBC 성기노출 방송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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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MBC TV의 ‘음악캠프’ 프로그램에서 생방송된 성기노출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불러일으키고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출연자 2명이 갑자기 성기를 드러내고 무대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껑충껑충 뛰는 장면이 4∼5초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요일 오후 함께 TV를 보던 가족들은 서로를 어떻게 쳐다보고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이런 해괴한 사건은 세계 어느 나라의 공영방송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사건은 결코 단순한 방송사고일 수 없다. 패륜, 음란, 퇴폐를 부채질하다시피 해 온 방송계의 도덕 불감증, 전파(電波)의 공공성에 대한 무감각과 무책임성이 쌓이고 쌓여 빚어진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담당 PD는 사건을 저지른 출연자들에 대해 “대중음악계의 추천을 받아 섭외했다”고 발뺌했지만 이는 방송사 내부의 기강과 제작자세에 나사가 풀려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성기노출 장면을 즉각 바꾸지 않고 방영한 것은 일부 제작진의 고의가 깔려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거니와,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긴급 상황’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음악캠프’는 특히 청소년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고 방영시간은 방송법상 ‘청소년 보호시간대’였다.

MBC는 문제의 출연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음악캠프’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방송사에 있다. 이 방송을 보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가슴이 철렁했을 시청자들에게 무엇으로 피해보상을 할 것인가.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공익성 회복을 위해 출연자는 물론이고 방송사에 대해 음란죄에 해당하는 응분의 처벌을 해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미국 CBS가 여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노출 장면을 2초 동안 내보낸 데 대해 방송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성기노출 사건은 이와 비교되지 않을 중대 사안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방송사의 ‘게이트키핑(내부검증)’ 기능 약화와 시청률 지상(至上)주의가 초래한 인재(人災)였다. 그런 점에서 방송사의 전반적인 내부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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