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당신 등뒤에 드라큘라가 있어요…히스토리언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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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코스토바. “누군가 당신의 전기를 쓴다면 어떤 제목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가정주부, 그리고 흡혈귀.’ 사진 제공 김영사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누군가 당신의 전기를 쓴다면 어떤 제목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가정주부, 그리고 흡혈귀.’ 사진 제공 김영사
◇히스토리언/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조영학 옮김/전 3권 각 300쪽 안팎·각 8900원·김영사

미국 여성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40)는 예일대를 나온 뒤 잡지 편집자와 교사 생활을 하면서 소설 습작을 해왔다. 그녀의 성(姓)인 코스토바는 불가리아인 남편 기오르기 코스토브의 성을 여성화한 것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들어온 드라큘라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하고, 취재하기 위해 동유럽을 돌아다니다가 남편을 만났다.

그의 격려를 받아가며 그녀가 10년간 쓴 작품이 ‘히스토리언’이다. 그녀는 몇 년 전 미시간대 창작과정에 뒤늦게 들어갔는데 졸업 작품으로 보통 단편을 써 내는 관행과는 달리 장편 ‘히스토리언’을 제출했다. ‘히스토리언’은 올해 6월에 나온 후 얼마 안 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가 됐으며, 현재는 2위다.

소설에서 ‘나’로 나오는 열여섯 살 소녀는 아버지의 서재를 뒤지다가 낡은 책과 편지 뭉치를 찾아내는데 거기에는 드라큘라를 찾아 나선 역사가들의 투쟁기가 기록돼 있다. 흥미를 느낀 소녀에게 아버지는 자신과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로시가 드라큘라를 앞서 찾아 나선 내력에 대해 들려준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책은 드라큘라를 찾아 나선 사람들에게 한 권씩 전달된 책인데 발신자가 분명치 않다.

책에는 날개를 활짝 편 드래건이 그려져 있는데 그 발톱에는 고딕체로 ‘드라쿨리아(Drakulya)’라고 쓴 깃발이 꽂혀 있다. 소녀는 드래건이 역사상 밝혀지지 않은 드라큘라가 묻힌 묘지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낸다. 그 드라큘라는 현재 루마니아의 북쪽 지역인 왈라키아의 15세기 폭군인 블라드 체페슈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소녀의 아버지 폴은 드라큘라가 수세기에 걸쳐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역사를 조작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큘라는 그들 바로 곁에 와 있는 것이다.

드라큘라는 오스만튀르크의 침입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민족 영웅이었지만, 잔인한 고문과 살인을 자행한 공포의 폭군으로 변했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왈라키아를 지나는 독일 상인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요구해 악명이 더 높아졌으며 그가 숨진 뒷날 그의 무덤을 파 보니 텅 비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드라큘라는 고서를 수집하고 탐독하는 학자적 면모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본격 문학으로서의 격과는 거리가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드라큘라가 나오게 된 역사, 동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풍경들, 흡혈귀와 마주 선 사람들의 긴장을 제대로 다룬 소설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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