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리듬으로 변신한 렉시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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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앨범 '렉스터시'를 발표한 가수 렉시.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2집 앨범 '렉스터시'를 발표한 가수 렉시. 사진 제공 YG엔터테인먼트
“나는 콧대 높은 여자/ 시건방진 여자/ 자신 있음 이리와 봐/ 애송이들아~”

2003년 9월, 한 시건방진(?) 여자 가수가 ‘애송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요즘 남자들은 다 애송이라며 남자들을 제대로 뭉갰다. 한국의 남성들, 이쯤에서 격분한다. “렉시 나와!”

2005년 7월, 뱀과 치타, 표범 등 야생동물을 데리고 그녀가 등장한다. ‘후후’ 웃으며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또 다른 남자를 찾겠어 가버려!” L.E.X.Y… 알파벳 네 글자로 남자들의 권위를 뻥뻥 차버리는 렉시(27).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알파벳으로 들어봤다.

●Lextasy

▽렉시=“렉시(Lexy)와 엑스타시(Ecstasy)를 합쳐 만든 단어 ‘렉스타시’가 2집 제목입니다. 흑인음악과 아프리카의 토속 리듬을 섞었죠. 타이틀곡 ‘눈물씻고 화장하고’를 비롯해 2인조 레게 듀엣 ‘스토니 스컹크’와 함께한 ‘내일 걱정은 내일 해’, 동료 가수 거미가 참여한 ‘헤이 에브리바디’ 등 수록곡 대부분이 야생의 모습이랄까요. 그래서 자꾸 들으면 원시적인 아프리카 사운드에 중독될 겁니다.”

▽기자=“그러고보니 아프리카와 좀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렉시=“맞아요. ‘야생’이란 말을 좋아해요. 누구든 제게 명령하거나 복종을 요구하면 전 한방 먹일 자세가 되어있죠. 하지만 음악 앞에서만큼은 무조건 복종입니다.”

●Emotion

▽기자=“2003년 발표한 1집 타이틀곡 ‘애송이’가 히트를 해서 2집 만들면서 많이 떨렸겠네요.”

▽렉시=“그렇죠. 하지만 2집이 히트를 하느냐 마느냐의 부담이라기보다 제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부담이죠. 1집 때 보컬 부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2집 발표하기 전까지 호흡법, 발성법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시 배웠어요. 거미, 휘성 등 동료 가수들도 많이 도와주었죠.”

▽기자=“그래서 1집 때랑 비교했을 때 지금 좀 변한 게 있나요?”

▽렉시=“자신감이 늘었어요. 1집 때만 해도 ‘아우~ 드디어 내가 앨범을 냈구나!’라며 감정적인 부분에 치중했죠. 데뷔 앨범을 내기까지 7년이 걸렸으니 무대 자체를 굶주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은 이성적인 느낌이랄까요. 노래, 랩 등 객관적인 실력이 100% 충전된 것 같아 오히려 1집 때 보다 여유롭답니다. 무대, 관중을 다 삼킬 수 있는 야수가 된 기분이죠.”

●X+Y 남성, 섹시

▽렉시=“최근에 2집 수록곡 ‘애니멀’에서 남성을 ‘동물’로 표현했다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전 억울해요. 단순히 남성들의 쾌락 본능을 풍자한 것일 뿐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육체적인 쾌락보다 정신적인 사랑이거든요.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죠.”

▽기자=“여전사 같은 이미지와 달리 생각보다 온순하시네요. 하하.”

▽렉시=“겉으로 좀 강해보여서 그런지 대중들은 가끔 절 4차원 공간에 사는 여성으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부모님이 엄청 엄하시고 상당히 보수적이세요.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 양말도 손수 벗겨드릴 정도죠. 이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제가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에이~ 꿈도 못 꿔요.”

▽기자=“그래도 ‘렉시’ 하면 ‘섹시 페미니스트’가 연상되는데 싫으신가봐요. ‘섹시하다’라는 말은 여자들에게 찬사 아닌가요?”

▽렉시=“전 원래 남들이 하는 거 따라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섹시는 이제 질렸답니다. ‘섹시 렉시’보다 ‘멋진 렉시’가 더 좋아요. 그렇게 불러주세요.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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