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 입력 2005년 7월 9일 0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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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이광주 지음/456쪽·2만 원·한길사

편력(遍歷)! 젊은 시절 한번쯤 자신을 인생 편력 속으로 내던지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편력이란 단어는 어쩌면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 그 아련한 기억들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유럽 지성사를 전공한 노학자의 지적 편력의 흔적이다. 저자의 청춘을 흔들어 깨우고 편력의 지향점이 되었던 유럽 지성의 거장(마에스트로) 12명. 그들과의 행복한 만남, 그들의 저작물, 예술 작품 및 삶과 사상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그들에 대한 노학자의 뒤늦은 헌사”라고 말한다.

저자의 편력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심하던 광복 직후 서울의 고서점에서 시작됐다. 서울대 상대생이었던 저자는 이데올로기 과잉의 캠퍼스를 벗어나 고서점을 떠돌며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를 만났다. 유럽의 문화와 지성에 매료된 저자는 서울대를 그만두고 고려대 사학과로 옮겨 유럽 지성사 연구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만난 무수한 지성 가운데 빚을 가장 많이 진 12명을 골랐다.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 스위스의 역사가 부르크하르트, 독일의 작가 츠바이크 등.

이들의 삶과 사상뿐만 아니라 당대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냈다는 점도 이 책의 덕목. 발레리 편을 읽다 보면, 문학적 사유의 모태가 됐던 지중해의 풍경이 푸른 출렁거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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