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학대회]생태학자 당켈만-김명자 의원 대담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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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환경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2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명자 열린우리당 의원(왼쪽)과 네덜란드의 환경생태학자 이레네 당켈만 교수가 환경보전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주훈  기자
“여성과 환경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2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명자 열린우리당 의원(왼쪽)과 네덜란드의 환경생태학자 이레네 당켈만 교수가 환경보전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주훈 기자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생태학자 이레네 당켈만(51·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그램 위원장)과 김명자(金明子·61) 열린우리당 의원이 20일 ‘여성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만났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3년 8개월간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과 25년 넘게 비정부기구(NGO)와 정부조직 등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당켈만 위원장은 환경과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눴다.》

▽김명자=어떻게 환경운동에 발을 디디게 됐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요?

▽당켈만=대학에서 생물과 생태학을 전공한 뒤 환경단체에서 일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환경단체와도 일할 기회가 많았죠. 그러면서 나라마다 환경보전이 개발 압력에 번번이 맞부딪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환경과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고민했는데, 결론은 지속가능한 개발이었습니다. 저는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널리 유포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계속 이슈화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김=인사할 때 합장을 하시던데 그런 인사법은 어디서 배우셨나요?

▽당켈만=인도에서 일할 때 배웠습니다. 또 환경운동을 하면서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육류를 요리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어야 하는데 나 자신부터라도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환경운동가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김=환경정책은 그에 대한 관심과 실천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두고 ‘살림을 산다’고 합니다. 이 ‘살림’은 ‘살리다’의 명사인데 ‘죽이다’의 반대말입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가족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의식주 생활을 도맡았던 전통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여성이 가정의 테두리 안에 있던 때는 지났습니다. 여성이 ‘나라살림’에 참여하고 ‘환경살림’에도 더 많이 기여해야 합니다.

▽당켈만=히말라야 지방에서는 학교에 못 가는 여자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교가 없어서가 아니라 집안일과 땔감을 구하는 일이 여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의 가장 큰 피해자도 여성이었습니다. 지진해일 발생 당시 대부분 집에서 일하고 있었고, 수영조차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는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 여성교육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김=한국의 환경운동은 1980년대 말 민주화와 함께 활성화돼 1990년대 초 꽃을 피웠습니다. 환경운동은 점차 전문화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고 최근 들어 정부와 협조해서 정책개발과 시행에 일정 부분 참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책임감 있고 신뢰받는 운동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이 도입된 지도 한참 지났는데 처음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다고 느끼십니까?

▽당켈만=처음 도입됐을 때는 사회, 경제, 환경 분야가 따로 존재했습니다. 최근에는 이 개념이 통합되는 경향입니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환경운동을 할 때는 자연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라인을 변화시켜 그 안에 그 환경보호의 개념을 도입하는 식이죠. 한국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김=저는 장관 재직 시 ‘환경과 경제’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업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4대강 수계의 수계관리특별법을 만들 때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이 문제를 교수 출신 여성 장관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켈만=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지혜도 있고 능력도 있고 기술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환경보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1988년 존 데이비슨 씨와 함께 공동저술을 하면서 처음으로 여성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빈곤의 희생자인 제3세계 여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여성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제는 여성들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김=동감입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입니까?

▽당켈만=중요한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입니다. 앞으로 정책 참여자는 학생들인 만큼 이들을 잘 교육시켜야 합니다. 경제학을 하든지 정치학을 하든지 각자의 영역에서 환경친화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어린이를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김명자 의원은▼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에 발탁돼 최장수 환경장관 겸 최장수 여성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4년부터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켈만 교수는▼

네덜란드 출신의 환경생태학자로 25년 넘게 환경과 지속가능한 개발 분야를 연구해 왔다. 현재 라드바우드대 교수이며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널리 전파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정리=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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