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개교 100주년 고구려 유물특별전

  • 입력 2005년 6월 17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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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하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오래된 명품이 주는 감동에 취할 수 있고, 수백∼수천 년 전 선인(先人)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서울 고려대 일민박물관(백주년기념 삼성관)에서 7월 10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한국 고대의 글로벌 프라이드-고구려’는 고구려인들의 기상과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주말 문화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여기에서는 국내 유물 100여 점,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품 60여 점, 일본 곳곳에 있는 유물 40여 점 등 모두 200여 점의 고구려 명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과 일본의 고구려 유물들은 보기 어려운 것이다.

문화재를 감상할 때 부모가 미리 관련 상식을 갖추고 가면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1500여 년 전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말발굽 소리를 아이들과 함께 들어 보자.

○ 금속 공예의 정수-금동관을 왕이 썼다고?

고려대 일민박물관 지하 전시실 초입에 전시된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어린이들이 쳐다보고 있다. 실물 크기의 거대한 탁본 등 세 종류가 전시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불꽃뚫음무늬 금동관=평양 청암리 토성 부근에서 출토된 4∼5세기 것으로, 고구려 금동관의 백미다. 테두리 위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무늬와 바람에 날리는 구름 같은 무늬를 새긴 세움 장식(입식·立飾)이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이것은 왕관이었을까. 장담할 수 없다. 불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보살상의 관과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 불상에 씌웠던 보관(寶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해뚫음무늬 금동장식=평양 진파리 1호분에서 출토된 장식물.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이다. 가운데에 두 겹의 원이 있고 그 안에 세 발 달린 까마귀(삼족오·三足烏)가 표현되어 있다. 위아래에 봉황과 용이 보인다.

고구려 미술에서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한다. 그럼 달은? 둥근 원 속의 두꺼비다.

이 장식은 원래 나무 바닥판에 수백 장의 비단벌레(옥충·玉蟲) 날개를 깔고 그 위에 금동판을 올려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동판만 남았다. 원래 2개가 출토되었다. 이것은 베개의 마구리 장식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 고구려인의 생활상-출입문이 창문처럼 작다

▽집 모양 토기=평양에서 출토된 높이 8cm짜리 소형 토기. 그 수법이 천진난만해 보인다. 창문이 두 개, 출입문이 한 개. 그런데 가운데 출입문이 작다. 고구려인들은 추운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열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문을 작게 만들었다고 한다.

▽연화문과 귀면문 기와=지붕의 추녀 끝을 마감했던 연꽃무늬 귀신얼굴 무늬의 기와들. 지붕 끝에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귀신들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부뚜막과 시루=이들을 조합해보면 부뚜막에 시루를 올려놓고 요리를 하는 고구려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루는 당시 곡식 농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는 징표.

○ 비교의 즐거움-사신도 ‘청룡’과 나이키의 선

▽강서대묘의 청룡 벽화=모사도이긴 하지만 7세기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작품이다. 청룡의 몸통 선을 보자. ‘나이키’ 심벌 곡선과 일치한다. 가장 힘차고 빠른 이미지를 보여 주는 나이키의 선. 고구려인은 이미 1300여 년 전에 이 선을 만들어 냈다.

▽청동제 말 조각=청동으로 만든 높이 16cm의 말 조각상. 각종 마구 장식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것을 왜 만들었을까. 승전 기념 관련 장소에서 출토된 점을 감안하면 승리를 기념하는 제의용이었을 것이다.

이를 유명한 신라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91호) 한 쌍과 비교해 보자. 이것은 고분에서 나왔다. 여기서 말 탄 사람은 무덤의 주인이다. 죽은 자가 말을 타고 무사히 천상(天上)세계에 도착하길 기원하는 것. 장식이 화려한 것은 주인상이고, 단순한 것은 하인상이다.

○ 서울에도 고구려 유적이?

지하 전시실엔 서울의 한강 유역에서 나온 토기 등이 많다. 고구려 영토는 북방이었는데 어떻게 이 지역에서도 유물이 나올까? 5∼6세기경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강을 둘러싸고 전투를 벌였다. 한강 유역의 아차산 일대는 고구려군이 주둔했던 곳이어서 유물이 많이 나온다. 이곳에선 지금도 발굴이 한창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일시 : 2005년 7월10일까지

장소 : 고려대 일민박물관

요금 : 일반 3000원, 초중고교생 2000원. 교사 인솔 단체 (공문 지참) 무료.

안내 : 02-3290-1510∼2(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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