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포럼 21]국가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에서 열린 ‘평화포럼 21’ 참석자들이 ‘매력국가론: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에서 열린 ‘평화포럼 21’ 참석자들이 ‘매력국가론: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990년 한 국가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하드 파워(hard power), 그 국가가 지닌 감성과 문화, 윤리 등을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분류한 이래 소프트 파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21세기 평화재단·평화연구소는 하드 파워를 실력(實力)으로, 소프트 파워를 매력(魅力)으로 새롭게 개념 정립을 시도하면서 매력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가전략을 모색 중이다. ‘매력국가론: 소프트 파워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평화포럼21’ 비공개 심층토론회에서는 한류(韓流)와 정보기술(IT) 성공사례를 한국의 매력국가 전략론과 연계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주제 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에서는 나이의 소프트 파워와 매력의 개념을 차별화하는 문제와 매력을 국가전략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주로 논의됐다.

이근(李根)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나이의 소프트 파워 개념은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차원에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인데 이를 한국에 적용시키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는 “소프트 파워의 그런 한계 때문에 소프트 파워와 매력론은 발상 자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매력론은 아시아인들이 한류에 끌리는 구체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 매력의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 출발해서 그 매력을 효과적으로 발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매력의 매자는 ‘홀릴 매(魅)’자인데 그 바닥에 폭력과 금력(金力)이 깔려 있지만 뭔가 복잡한 플러스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며 “그것은 행(行)함을 심안(心眼)으로 보고 홀리게 만드는 덕력(德力)이고 문제 해결능력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력(智力)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가수 보아와 ‘동방신기’ 등을 아시아로 수출한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金英敏) 사장은 “국내 음반시장은 1400억 원 규모지만 일본은 11조 원, 중국은 4000억 원 규모”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단지 한국가수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현지가수를 스타로 육성해 아시아의 문화콘텐츠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자금 지원을 통해 직접 콘텐츠를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음원관련 제도부터 체계화, 투명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동관(李東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일본에서는 한류가 일본이 동남아에 깔아놓은 레일 위에 한국이 무임승차한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있다”면서 “한국은 정부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없어 한류는 도난당하고 국가 전체 브랜드 이미지는 한류에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설위원은 “일본의 정치인들은 10년 전부터 일본의 국가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논의해오고 있다”며 “한국도 정치인들이 총체적 국가발전전략을 주요 정치담론으로 삼기 위해 쓸데없는 위원회는 없애고 ‘국가매력위원회’같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1분과, 매력국가의 제1조건은 보편주의적 知的능력▼


최정운(崔丁云) 서울대 교수는 “나이는 소프트 파워를 하드 파워의 종속변수로 만들면서 신비화·마술화시켰다”고 비판하면서 “매력국가의 제1조건은 보편주의적 지적 능력”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매력에는 옷 잘 입고 화장 잘 하는 것만큼 내적 개발도 중요하다”며 “매력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인기보다는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실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안재(李安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문화산업의 매력을 △풍부한 감수성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기질 △풍부한 문화원형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문화산업의 매력은 그 실체적 매력과 함께 이를 포장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한류는 실체와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화순(曺和淳) 서울산업대 교수는 한국의 IT산업 성공을 “정부의 초기 기반 지원과 기업의 치열한 기술 경쟁 그리고 ‘제품의 감성화’를 추구한 독특한 마케팅전략이 어우러진 국가혁신시스템의 모델”이라고 평가하며 “21세기 소프트웨어적 매력은 이처럼 지식에 기초한 기술혁신과 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과 감성의 결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분과, 美 소프트파워서 하드파워 의존 매력 줄어▼


미국의 매력을 분석한 전재성(全在晟)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동의와 협조를 구하는 소프트 파워를 구사함으로써 패권의 지위에 올라섰으나 21세기 들어 하드 파워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미래는 20세기의 매력 자원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매력을 분석한 손열(孫洌) 중앙대 교수는 “일본은 1996년 경단련(經團連)의 ‘비전 2020: 매력 있는 일본의 창조’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이래 △발전국가 △평화국가 △아시아국가라는 3가지 차원에서 일본의 매력을 강조해 왔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일본의 발전국가 모델은 보편성 획득에 실패했고, 평화국가와 아시아국가는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력 없는 부자나라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매력을 분석한 신상범(辛相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서구도 아니면서 선진국도 아니라는 점, 강대국도 약소국도 아닌 약대국(弱大國)이란 점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중국이 현재 물력과 매력을 동시 추구하고 있지만 물력 증진에 매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3분과,한국문화 독창성을 지구촌 표준과 접목해야▼


김명섭(金明燮) 연세대 교수는 “매력국가는 외국계 주민의 역량까지 흡수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현재 혈통법을 따르는 한국의 국적법을 속지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황우석(黃禹錫) 교수의 연구를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바이오 문명의 표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한국의 매력국가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민병원(閔丙元) 서울산업대 교수는 “문화적 매력은 비빔밥이나 퓨전상품처럼 보편성과 특수성의 섞임에 의해 발생한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섞임의 비율인데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유전자를 정밀하게 해독한 뒤 지구촌 전체에 통용되는 보편적 문화유전자와 비교해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영자(裵英子) 건국대 교수는 “정보기술의 발전과 지식사회의 등장으로 인한 지식기반사회에서 매력은 지식과 기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면서 “지적 매력의 핵심을 이루는 창의성과 네트워킹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지식에만 초점을 맞춘 과학기술부를 인문·예술·문화부분까지 융합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부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 참석자 명단▼

◇1부 매력의 세계정치와 한국

▽사회 남궁곤(南宮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표 최정운(崔丁云)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이안재(李安宰) 삼성경제연구소 기술 산업실 수석연구원

조화순(曺和淳) 서울산업대 IT정책 전문대학원 교수

▽토론 이근(李根)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영민(金英敏) SM엔터테인먼트 사장

김상배(金湘培)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부 매력국가의 비결

▽사회 남중구(南仲九) 21세기 평화연구 소장

▽발표 전재성(全在晟)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손열(孫洌)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상범(辛相範)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

▽토론 오송(吳松) 외교통상부 정책총괄과장

장인성(張寅性)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정재호(鄭在浩)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3부 매력의 국가전략 및 종합토론

▽사회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발표 김명섭(金明燮)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병원(閔丙元) 서울산업대 IT정책 전문대학원 교수

배영자(裵英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토론 이동관(李東官) 동아일보 논설위원

한승희(韓承熹) 과학기술부 정책국장

유석진(柳錫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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