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TV시청 통신인가 방송인가

  • 입력 2005년 4월 15일 03시 34분


휴대전화로 TV를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는 통신일까, 방송일까.

정답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인터넷TV 등 통신과 방송이 결합한 서비스를 놓고 통신과 방송 양측은 서로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와 정부 부처 모두 날카롭게 맞서다보니 패러다임 전환의 큰 흐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위성DMB를 둘러싼 갈등=위성DMB 단말기로 지상파 TV를 재송신하는 문제는 통신업체(SK텔레콤과 TU미디어)와 방송업체(KBS 등)의 갈등으로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다음 달 1일 본방송까지 불과 15일 정도 남은 시점이다.

방송위원회가 13일 양측 관계자를 모아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 측은 콘텐츠 부족과 시청자의 볼 권리, 지상파DMB와의 형평성 등을 내세워 지상파 재송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노조 등은 지역방송 고사 우려와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이 민간 재벌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반대한다.

방송위는 지상파 재송신 허용 여부를 지난달 결정하려 했지만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일단 이달 말로 미뤄놓았다. 결국 위성DMB는 지상파 없이 본방송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이냐, 통신이냐=인터넷으로 TV 방송을 볼 수 있는 인터넷TV(IP TV) 사업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사업 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같은 사업을 놓고 방송위는 별정방송으로, 정통부는 부가통신사업으로 규정한다.

별정방송으로 규정하면 정부 허가사항이며 대주주 지분이 30%를 넘을 수 없다. 기업이 참여하는 데 제한이 생긴다. 이에 비해 부가통신으로 본다면 신고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통신업체가 방송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정통부는 긍정적이지만 방송위는 반대한다. 기존 케이블 TV 사업자 등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와 정통부의 대립으로 애가 타는 것은 KT나 하나로텔레콤 같은 유선통신업체. 통신업계는 IP TV를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통신이라 부르든 방송이라 부르든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에 맞춰 대부분의 국가는 통신과 방송을 담당하는 정부기구를 통합했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일본은 총무성에서 두 가지 분야의 정책과 규제를 동시에 다룬다. 통신업체의 방송 진출이나 방송업체의 통신 진출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산업과 공익 어느 측면에서도 정부기구가 갈라져 벌이는 갈등이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위성DMB 상용화 시점을 지상파DMB 방송 일정에 맞춰 늦췄다. 지상파DMB 사업에 방송계가 포진하고 있음을 감안한 조치였다. 위성DMB사업자인 TU미디어는 1년간 위성이 도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위성으로 시작한 일본의 위성DMB는 지난해 10월 한발 앞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경모(金京模) 미래에셋증권 실장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대해 관장하는 곳이 달라 정책이 충돌하고 기득권 보호를 위해 당국이 편중된 의사 판단을 하면 통신방송 융합의 큰 흐름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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