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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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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성부(李盛夫·63) 씨가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쓴 연작시 ‘내가 걷는 백두대간’의 완결판이다.
시인은 남쪽 지리산에서 출발해 덕유, 속리, 태백, 두타, 오대, 설악산 등 백두대간을 주말을 이용해 하루 혹은 이틀씩 토막산행으로 8년여 만에 종주해 냈다. 이 산행에서 만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 사는 이치를 84편의 시에 담았다.
당초 시인의 산행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채감에서 비롯했다.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폭력에 대한 절망, 자기학대와 죄의식을 가슴에 묻고 역사와 사람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산줄기에 어린 역사의 상처와 무고한 희생을 시로 위무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자연이 건네는 말없는 깨우침에 더 귀 기울인다는 점에서 더욱 넉넉해지고 편안해졌다.
‘산을 배우면서부터/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때는 이미/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산과 내가 한 몸이 되어/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 버렸을 때는/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산을 배우면서부터’ 중)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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