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영화 ‘쏘우’… “미안하다… 널 죽여야 내가 산다”

  • 입력 2005년 2월 2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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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올 댓 시네마
사진 제공 올 댓 시네마
눈을 뜬 아담(리 와넬)과 외과의사 고든(캐리 엘위스)은 어느 지하실 양쪽 끝에 쇠줄로 발목이 묶여 꼼짝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둘의 중간에는 머리를 권총으로 쏴 자살한 듯한 피투성이 사내가 엎드려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왜 붙잡혀 왔는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다. 닥터 고든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테이프에서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오후 6시까지 아담을 죽이지 않으면 두 사람은 물론이고 당신의 아내와 아이까지 죽이겠다.” 남은 시간은 8시간.

17일 개봉되는 스릴러 ‘쏘우(Saw)’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살기(殺氣)다. 시종일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면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에너지는 지하실 안과 밖에서 각각 벌어지는(혹은 벌어진) 두 개의 이야기를 교배시킬 때 생기는 화학반응에서 비롯된다. 우선 관객은 범인으로부터 주어진 톱, 담배, 총알,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지하실에서 탈출하려 발악하는 고든의 시점이 돼 스스로를 미치게 만드는 게임에 몰입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지하실 밖에서 일어난 범인의 엽기적 살인 행각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탭(대니 글로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

동양 호러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끔찍하면서 감각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정신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는 ‘쏘우’가 여느 스릴러와 다른 점은 연쇄살인 밑에 깔린 범행의 동기다. 이 영화는 어떤 도덕적 메시지를 희생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가장 비도덕적인 살인 행각을 일삼는 범인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통해 정신착란이나 단순 악취미가 범행 동기가 되는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와 다른 지점에 서고자 한다.

막판 반전을 통해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말 그대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하지만 범인에 관한 복선을 주도면밀하게 깔아놓지 않은 탓에 100% 수긍하긴 어렵다. 제임스 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18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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