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농사일 도우며 건강한 신앙심 기른다

  • 입력 2005년 1월 21일 17시 45분


코멘트
지리산 두레마을의 ‘청소년 말씀과 노동학교’에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산머루 농장에서 비료를 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
지리산 두레마을의 ‘청소년 말씀과 노동학교’에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산머루 농장에서 비료를 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
20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 죽림리 지리산 두레마을.

수은주가 영하에 머무는 대한(大寒) 추위에다 바람까지 세차게 몰아쳤지만 중고교생 58명이 산머루 농장에서 열심히 비료 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 17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청소년 말씀과 노동학교’에 입교한 학생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성경 공부와 노동을 통해 올바른 신앙관과 노동의 신성함을 익히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학원 수강과 과외를 받으며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것과 달리 스스로 고통스러운 노동을 택한 이들의 얼굴에는 자못 진지함이 배어 있다.

바람에 퇴비 가루가 흩날리고 손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3만여 평에 심어진 산머루에 정성스럽게 퇴비를 놓아주고 있다. 이틀 전 이들이 1차로 25kg짜리 퇴비 1000여 포대를 뿌렸으나 골고루 퍼지지 않고 한쪽에 몰린 것이 많아 이날 2차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날 작업에는 두레공동체운동 대표인 김진홍 목사(구리두레교회)도 동참했다.

임예찬 군(대전 관저중 1)은 “고된 일을 처음 해보아서인지 매우 힘들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일도 해냈기 때문에 앞으로 인내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뭇해한다.

‘청소년 말씀과 노동학교’는 성경 공부인 경건의 훈련, 단체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생활의 훈련, 농사일을 거드는 노동의 훈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인격과 자질, 실천력을 길러주기 위해 기획됐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0시 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일어나자마자 우리의 고유 무술인 태껸을 배우고 아침 묵상, 미술치료, 들풀 공예, 성경 공부, 우리소리 배우기 등을 한다.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하는 노동시간에는 노동을 통해 자연을 배운다는 의미에서 ‘자연과 함께’ ‘땅을 건강하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박정웅 군(대구 강북고 2년)은 “대학에 갈 때 무슨 전공을 선택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노동학교 생활을 하면서 신학을 공부하기로 확실하게 결정했다”면서 “하나님 말씀 속에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평 남짓한 교회 강당에는 학생들이 나뭇조각과 들풀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조예라 양(대구 아영중 2년)은 들풀을 붙여 예쁘게 만든 엽서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항상 열심히 하는 딸이 될게요’라고 써놓았다.

노동학교에서는 공동체 생활의 기초질서와 윤리를 몸에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발 바로 벗기 △이부자리 바로 펴고 개기 △음식 버리지 않기 △쓰레기 바로 버리기 △앉을 때나 걸을 때, 대화할 때 바른 자세 취하기를 훈련한다.

이날 오후 노동이 끝난 뒤 학생들은 간식으로 찐 감자를 나눠먹은 뒤 김 목사의 강연을 들었다.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 목사는 1970년대 투옥됐던 경험을 들려주며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견디고 노력하면 좋은 일이 온다”면서 “채소 위주로 천천히 적게 먹는 정식(正食),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올바르게 행동하는 정동(正動), 바르게 생각하는 정사(正思)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양=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