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전개가 빠르고 재치 있는 작품이 많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시트콤적인 가벼움으로 일관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세상살이의 어려움 때문인지 실업자의 좌절이나 생활고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예비 작가도 많았다.
그 중 이병일의 ‘견딜 수 없네’와 이진의의 ‘춘설’, 그리고 이오의 ‘아일랜드행 소포’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견딜 수 없네’는 저승사자의 오판으로 인해 벌어지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모의 심정을 잘 드러낸 수작으로, 자칫 상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풀어 따뜻한 부모애를 느낄 수 있게 한 희곡이었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이 있게 잘 나타나 있으나 참신성이 부족했다.
‘춘설’은 감칠맛 나는 대사와 섬세한 여성심리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모녀관계를 절실히 그려냈다. 인생의 깊이와 연극적 상황을 잘 포착했으나 딸이 집을 떠나는 상황이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아일랜드행 소포’는 시적이며 함축적인 언어로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분단 조국의 오늘의 현실과 역사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했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 속에 구원에 대한 상징성을 ‘새’를 통해 잘 나타냈으며 죽음과 삶에 대한 일루전을 극대화해 나타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등장이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한태숙 연출가
박근형 연출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