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희곡부문 심사평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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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심사를 하고 있는 박근형(왼쪽), 한태숙 씨
희곡 심사를 하고 있는 박근형(왼쪽), 한태숙 씨
70편이 넘는 희곡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당장 무대에 올려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우수한 작품이 여럿 보였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전개가 빠르고 재치 있는 작품이 많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시트콤적인 가벼움으로 일관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세상살이의 어려움 때문인지 실업자의 좌절이나 생활고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예비 작가도 많았다.

그 중 이병일의 ‘견딜 수 없네’와 이진의의 ‘춘설’, 그리고 이오의 ‘아일랜드행 소포’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견딜 수 없네’는 저승사자의 오판으로 인해 벌어지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모의 심정을 잘 드러낸 수작으로, 자칫 상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풀어 따뜻한 부모애를 느낄 수 있게 한 희곡이었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이 있게 잘 나타나 있으나 참신성이 부족했다.

‘춘설’은 감칠맛 나는 대사와 섬세한 여성심리로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모녀관계를 절실히 그려냈다. 인생의 깊이와 연극적 상황을 잘 포착했으나 딸이 집을 떠나는 상황이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아일랜드행 소포’는 시적이며 함축적인 언어로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분단 조국의 오늘의 현실과 역사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했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 속에 구원에 대한 상징성을 ‘새’를 통해 잘 나타냈으며 죽음과 삶에 대한 일루전을 극대화해 나타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등장이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한태숙 연출가

박근형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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