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극열전’ CP 손상원씨 “기획의 힘 확인했죠”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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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기자
김동주 기자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올 연극계에 가장 돋보였던 기획은 단연 서울 동숭아트센터의 연중 프로젝트인 ‘연극열전’이었다.

연극열전은 ‘에쿠우스’ ‘불 좀 꺼주세요’ 등 1980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연극계에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 15편을 1년 간 릴레이로 재공연한 프로젝트. 15편을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본 관객만도 100명이 넘었다. 관객 기근에 시달리는 연극계에서 드물게 평균 객석점유율 80%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둬 내년 공연계에 ‘여배우 시리즈’, ‘뮤지컬 열전’ 등 ‘열전(列傳)’ 시리즈 양산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연극열전의 책임 프로듀서인 손상원 씨(33·극단 동숭아트센터 이사·사진)는 “이번 연극열전을 통해 기획의 힘과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의 목표는 ‘정극 레퍼토리의 활성화’였어요. 실제로 지난 20년간의 흥행작 중에서 레퍼토리화가 가능한 작품들을 검증해 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봅니다.”


그는 레퍼토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연극으로 ‘이발사 박봉구’ ‘남자 충동’ ‘판타스틱스’ 등을 꼽았다. 반면 기대보다 객석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작품은 연극열전 첫 작품이었던 80년대의 흥행작 ‘한씨연대기’였다.

손 씨는 “요즘 관객에게 거친 연극이라고 생각됐던 ‘관객 모독’이 오히려 소극장에서 올린 연극 중 가장 높은 객석점유율(97.9%)을 보였다”며 “이를 통해 ‘라이브(Live)’에 대한 욕구와 ‘현장’의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관객이 존재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극열전’은 전체적으로 약 3억 원 정도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회원제 도입을 통한 새로운 관객층 창출 △관객 성향 분석과 수치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등을 통한 관객 관리 노하우 구축 등 무형의 소득도 컸다. 관객 성향 분석결과 일반적으로 연극관객은 서울 강북에 많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강남권 관객이 더 많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특기할 대목이다.

“열전을 진행하면서 우리 관객 취향에는 대극장 연극보다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 연극이 가장 잘 맞는 형태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땀 냄새를 느끼기를 원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죠. 대극장 연극도 필요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좋은 소극장 연극을 개발해 연극관람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 같아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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