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독립제작사들, 방송사 일방적 거래행태 털어놔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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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받았던 SBS ‘파리의 연인’.  -사진제공 SBS
지나친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받았던 SBS ‘파리의 연인’. -사진제공 SBS
‘인기 작가나 탤런트의 참여를 조건으로 내건다’, ‘시청률이 저조하자 작가 교체를 요구한다’, ‘방송 3사 출신이 있는 제작사에게 제작을 맡긴다’…

외주 제작사들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거래에서 경험했다고 털어놓은 불공정거래 행위들이다. 이 같은 사례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외주 제작사들에게 부리는 횡포의 단면들이다.

이 같은 실상은 방송위원회가 30일 발표한 ‘방송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장하용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팀이 51개 외주 제작사 관계자들을 면접 조사해 작성했다. 외주 제작사들은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시청률이 저조하자 PD와 작가의 교체를 요구하거나 거래를 중단하고 △시청률과 연동해 제작비를 줄이거나 납품을 제한하는 사례 등을 꼽았다.

외주 제작사 관계자들은 또 “지상파들이 자사 계열 제작사의 제작비만 인상해주고, 지상파 출신 간부가 설립한 제작사에 프로그램을 양보하라고 요구하거나,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일방적으로 떠맡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제작사의 기획안이 통과된 뒤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제작에서 배제되거나, 유사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하게 압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장 교수는 보고서 말미에 외주 제작사에게 목표 시청률을 강요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행위, 프로그램 거래의 가격이나 조건에서의 차별 행위 등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방송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 중 방송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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