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다시 性 금기를 벗었다

  • 입력 2004년 11월 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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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씨가 다시 주연을 맡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곱게 꾸미고 찍은 포스터와 달리 그는 화장 안 한 맨얼굴과 맨발로 무대에 등장해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사진제공 루트원
서주희씨가 다시 주연을 맡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곱게 꾸미고 찍은 포스터와 달리 그는 화장 안 한 맨얼굴과 맨발로 무대에 등장해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사진제공 루트원
여자들이 다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침없이, 그리고 조금 더 적나라하게.

2001년 국내 초연 이후 해마다 화제 속에 공연돼 온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 Monologue)’가 12일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다. 1인극으로 바뀐 2001년 앙코르 공연부터 주연을 맡았던 서주희씨(37)가 올해도 주인공을 맡았다. 서씨는 6세 소녀부터 70대 노파까지를 연기하며 여성에게 가해져 온 성적 폭력과 왜곡돼 온 성(性)을 정면에서 다룬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힘!’이라는 부제처럼 금기시돼 온 한 단어, ‘버자이너(여성의 성기)’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인 ‘XX'가 수십 번도 넘게 등장한다.

올해는 그동안 삭제됐던 몇몇 단어와 장면들이 원작 그대로 무대에 올려져 수위가 더 높아졌다. 연극 후반부엔 관객들이 ‘XX’를 소리내어 외치는 ‘XX 합창’, ‘XX로 이행시 짓기’ 등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대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신체 각 부분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 어깨, 눈, 엉덩이, 항문…. 그러나 단 한 곳,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여러분, 그곳의 이름은 XX입니다.”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인정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XX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 밖에 내서 말할 때, 우리는 우리 몸이 더 기쁘고, 건강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솔직해지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연출 최진아. 12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우림 청담씨어터. 2만5000∼3만5000원. 화목금 오후 8시. 토 4시 7시반, 수 일 4시. 02-516-1501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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