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특별기획]한국, 이젠 미래를 말하자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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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촌의 화두(話頭)는 ‘미래를 위한 준비’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나라가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핵심 이념은 실용주의다. 싱가포르 정부는 14개월 동안 전문가 1000여명의 의견을 들어 마련한 미래전략 보고서를 지난해 내놓았다. 싱가포르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15년 안에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유럽에서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집권 초 복지정책을 강조했던 독일의 사민당 정권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노동시장 개혁 등의 정책 비전을 담은 ‘어젠다 2010’을 선포했다.》

독일의 지멘스 노사는 일부 작업장에서 추가 수당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평균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는 데 지난달 합의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독일 남부에 있는 공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슷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자극 받아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근로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다.

1년 뒤면 광복 60주년.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한국의 ‘2004년 현주소’는 불행히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국정의 책임을 맡은 집권세력은 진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과거 들추기와 편 가르기’로 나라를 갈라놓고 있다. 한국사회가 광복 후 온갖 고난 속에서 이뤄 놓은 성취를 부정하는 좌파 포퓰리즘이 사회 각 분야에서 득세하면서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당파적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근대화에 실패함으로써 나라를 잃었던 대한제국의 비극을 떠올리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허영(許營·헌법학) 명지대 초빙교수는 “집권세력이 역사학자의 몫인 ‘과거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사회통합의 기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국민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의 ‘방황’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의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변화 추이를 보면 미래를 준비한 한국 싱가포르 아일랜드는 크게 증가한 반면 그렇지 못한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후퇴했다.

한국은 1960∼90년대 중반까지의 급성장에 힘입어 아직까지는 ‘고(高)성장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안팎에서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쟁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이근(李根·경제학)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경우 이미 최고의 싱크탱크를 활용해 203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세워 놓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은 더 이상 주저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권순활 경제부 차장

▽경제부=공종식 박중현 송진흡

신치영 하임숙 고기정

차지완 박 용기자

▽정치부=윤종구기자

▽사회부=이종훈기자

▽문화부=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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