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83>날카로움(利)과 빼어남(秀)

  • 입력 2004년 7월 27일 17시 25분


코멘트
利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습을 그린 禾(벼 화)와 칼을 그린 刀(칼 도)로 구성되었지만, 갑골문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했다. 오른쪽의 刀가 쟁기의 모습으로 되었고, 그 사이로 그려진 점들은 쟁기질할 때 일어나는 흙덩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利는 곡식(禾)을 심을 밭을 쟁기로 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쟁기가 칼(刀)로 변했다. 쟁기질은 인류가 발명한 耕作法(경작법) 중 가장 뛰어난 성과의 하나이다. 중국은 서구보다 수백 년이나 앞서 쟁기를 발명했다. 쟁기는 날이 날카로워야 적은 힘으로도 밭을 깊게 갈 수 있고, 밭을 깊게 갈아야만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利는 銳利(예리)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고, 예리한 쟁기 날이 많은 수확을 보장해 줄 수 있기에 利益(이익)이라는 뜻도 생겼다.

利에 牛(소 우)가 더해진 犁는 쟁기에 의한 경작을 사람 아닌 소의 힘에 의존하는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렸다. 그래서 犁는 쟁기라는 의미 외에도 밭을 갈다, 즉 耕作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利와 유사한 글자가 秀이다. 秀는 소전체에서 禾와 乃로 구성되었는데, 乃는 갑골문에서 낫 같은 모양의 수확 도구를 그렸다. 낫은 칼에 비해 곡식을 수확하는데 더없이 유익한 도구였을 것이다. 그래서 낫(乃)은 곡식(禾) 수확 작업에 뛰어난 도구라는 의미에서 ‘빼어나다’의 뜻이 생겼을 것이다. 물론 ‘설문해자’를 해석한 학자들은 秀를 ‘꽃이 피지도 않고 곡식알을 맺은 것’이라거나 ‘곡식알이 아래로 처져 있는 모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자형과 그다지 맞아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秀에 金(쇠 금)이 더해진 銹는 ‘녹이 슬다’는 뜻이다. 낫과 같이 날이 예리한 부분일수록 녹이 잘 슬게 마련이다. 銹는 상당히 뒤에 출현한 글자이지만 秀가 갖고 있는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여 만든 글자라 할 수 있다. 금속, 특히 鐵(철)의 가장 무서운 적은 녹이다. 녹이 슬지 않는 철, 그것을 한자로 옮기면 ‘不銹鋼(불수강)’인데 현대 중국어에서 스테인리스(stainless)강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秀에 말을 뜻하는 言(언)이 더해지면 誘가 되는데, 사람을 꾀는 것은 주로 말로 하기 때문이다. 꼬드김은 보통의 말이 아닌, 상황에 적확하며 빼어난 말일 때 가능하다. 그래서 빼어난(秀) 말(言)은 꼬드김일 가능성이 높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