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모으면 通한다” 수집 노하우

  • 입력 2004년 7월 22일 16시 15분


도깨비 수집광인 김재연씨
도깨비 수집광인 김재연씨
무엇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돈, 시간, 인내 그리고 모으는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상당한 경지에 이른 이 수집가들에게서 수집의 노하우와 필요한 덕목을 들어봤다.

하찮아 보이는 물건이라도 관심을 갖고 수집하면 언젠가는 가치 있는 자료로 인정되는 시기가 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남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 희귀한 것을 모아야 한다.

예를 들면 매일 신문에 끼워져 오는 광고지나 전단지가 그렇다.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수십 년 뒤에는 각 지방의 지역색, 산업, 디자인의 변화까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옛날 만화가 현재 좋은 수집품이 됐다고 해서 지금 만화를 수집하면 20년 뒤에 좋은 수집품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희소성이 낮기 때문이다.

수집가는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항상 연구를 하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과거 수집이 추억이나 우연 등에 기인한 면이 많다면 앞으로의 수집은 문화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수집을 하면 할수록 누가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는 능력이 생긴다. 즉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물건 한두 개를 보면 다른 것도 많이 소장하고 있겠다는 동물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물고 늘어져야 한다. 물론 순순히 내주는 사람은 없다. 이때 너무 안달하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상대방이 더 애를 태우게 만들 것이다.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갖고 싶은 물건 앞에서 냉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수집가가 갖춰야 할 중요한 미덕은 절제다. 최웅규씨는 언제나 비용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그걸 넘어가면 아무리 탐나는 물건이라도 사지 않았다. 무리가 따를 때는 과감히 포기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구하면 얻을 것이다’는 말을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물건을 가진 상대방과 줄다리기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백성현 교수는 평소 로봇뿐만 아니라 인형, 종(鐘),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의 물건을 간간이 수집한다. 즉 해외의 세계적인 수집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무기로 가지고 있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과 맞바꾼다. 일종의 ‘포로교환’인 셈이다. 백 교수는 오스트리아에서 1920년대에 최초로 상품화 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구하기 위해 그 로봇의 소유자가 몹시 갖고 싶어 했던 저금통을 주고 그 로봇을 받은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돈은 없지만 해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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