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사람의 아들’ 25주년 맞아 개정판 내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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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발간 25주년을 맞은 이문열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람의 아들’ 발간 25주년을 맞은 이문열씨. -동아일보 자료사진
작가 이문열씨(56)의 소설 ‘사람의 아들’이 15일로 발간 25주년을 맞았다. 책을 낸 민음사는 ‘사람의 아들’의 은경축(銀慶祝·25주년 기념)을 기념해 14일 개정판을 냈다.

‘사람의 아들’은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의 1979년 수상작. 첫 출간 이후 25년 동안 100쇄를 넘기며 180만부 이상 판매됐고 은경축판까지 4번 개정됐다.

‘사람의 아들’은 “이문열의 문학적 근원이자 회귀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도 “내 문학 세계를 ‘사변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천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사람의 아들’은 그 중요한 부분”이라고 고백한다.

작품을 쓴 때는 작가 나이 스물여섯 살, 뒤늦은 군 입대를 앞두고서였다. 개정판을 내며 작품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었다는 그는 “이 작품을 지금 쓴다고 한다면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사람의 아들’은 ‘젊음의 힘과 무모함’으로 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드니 신이라든가 초월적인 존재를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겸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단정적인 말이나 생각도 덜 하게 되고요.”

‘사람의 아들’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와 살해된 민요섭이라는 인물이 남긴 소설 속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액자 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인간 존재와 신과의 관계를 파고든 이 소설은 작가 이씨의 첫 책이자 그의 소설 중 단행본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다.

이씨는 “‘사람의 아들’을 시작으로 수십권의 책이 더 출간됐지만 아직도 이 책이 내게 가장 많은 것을 준 것 같아 빚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책을 쓸 무렵 2년 가까이 기독교 철학에 관심을 쏟고 있었던 작가는 “헤브라이즘 등 생소한 신학적 주제들을 독파하기 위해 500권이 넘는 관련 서적을 읽었고 성경을 여섯 번 정독했다”고 회고했다. 소설에 달린 335개의 주(註)는 그 산물이다.

개정판에서는 소설을 열여섯장으로 나누어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기 쉽도록 순서에 매듭을 지었고, 다소 길거나 난삽한 문장들도 깔끔하게 단문으로 손질했다.

이씨는 “‘사람의 아들’ 이후 종교나 신과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지 않았다”며 “현재 인터넷사이트 이노블타운에 연재하고 있는 소설 ‘호모 엑세쿠탄스’가 ‘사람의 아들’과 가장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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