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1953년 발간 잡지들 ‘한국잡지백년’ 펴낸 최덕교 씨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1896년 발간된 ‘대죠선독립협회회보’부터 1953년까지 출간된 380여종의 잡지를 개관한 ‘한국잡지백년’(전 3권·현암사)이 출간됐다. 저자는 ‘학원’ 편집장 등을 지낸 원로 출판인 최덕교(崔德敎·77)씨.

‘신경제’(1932년) ‘수리계’(數理界·1925년) 등 보관본조차 한 부 남지 않은 채 사라진 잡지의 존재가 최씨의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복원됐다. 97년 ‘잡지뉴스’에 연재하기 시작해 꼬박 7년간 이 작업에 매달리며 써낸 원고 분량만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8500여장이다.

“서구의 잡지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출현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자주독립을 외치던 사람들이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출발부터 달랐죠.”

최씨는 각 잡지 창간호 소개를 원칙으로 삼아 표지 목차 권두언 발행인 편집인 주요기사 폐간시기 등을 소개했다. 갓을 쓴 안창호 사진 등 수록된 도판도 570여종이나 된다.

‘시대의 발언창구’였던 잡지는 역사의 미시적 풍경을 촘촘히 드러낸다. 지석영 유길준 박은식 손병희 서재필 등 개화와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만이 잡지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카페 여급들은 ‘여성’(女聲·1934년), 기생들은 동인지 ‘장한’(長恨·1927년), 백정들은 ‘정진’(正進·1929년)을 발간해 제 목소리를 냈다.

“서재필이 ‘독립신문’을 인쇄한 곳이 배재학당 지하인쇄소라는 사실도 ‘죠션크리스도인회보’(1897년) 자료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어요. 서재필이 인쇄기술을 직접 직공들에게 가르쳤다는 언론학자들의 연구도 있지만 사실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었던 배재학당 인쇄소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최씨는 ‘어린이’라는 단어는 소파 방정환이 최초로 사용했다는 정설과 달리 소파가 언급하기 6년 전 ‘청춘’ 창간호(1914년)에 이미 실렸으며 ‘장한몽’의 작가 조일재의 출생연도는 1863년이 아니라 1887년임을 ‘삼천리’ 기사를 통해 밝혔다.

“1952년 피란지 대구에서 잡지계에 뛰어들었죠. 전쟁 때문에 없어진 잡지들을 제가 죽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정리했어요. 뒷일은 후배들에게 남깁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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