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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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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작가 마크 오로의 ‘메이드 인 차이나’(25일∼7월25일 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는 뒷골목 사내들의 음모와 배신 등 거칠고 적나라한 일상을 값싼 중국제 물건처럼 보여주는 작품. 연출가 이지나씨(39)는 이 연극을 위해 세 남자 배우들에게 몸에 밴 ‘기름기’를 쪽 빼라고 주문했다.
“경주 형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 뮤지컬에서 늘 나이스 가이나 왕자 역은 도맡아 했으니까 말이죠. 원중 선배도 극단 목화의 베스트 배우지요. 어딘지 모르게 성공한 배우 티가 폴폴 풍기지요. 진정 ‘메이드 인 차이나’에 어울리도록 삼류, 싸구려 인생을 만들어놓고야 말겠어요.”
이지나씨는 ‘버자이너 모놀로그’ ‘록키호러 쇼’ 등 독특한 개성을 담은 문제작들을 발표해 온 연출가. 그는 같은 서울예대 출신의 정원중, 남경주 두 ‘선배’에게 거침없이 일침을 가한다.
남씨로선 1982년 데뷔작인 연극 ‘보이첵’에 정원중씨와 함께 출연한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서는 소극장 무대다. 그는 “대극장에서 하는 뮤지컬 연기에는 뭔가 의식적인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판에 박힌 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지나씨가 건네 준 ‘메이드 인 차이나’ 대본을 읽고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씨와 함께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에 출연하던 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던 임춘길씨는 1년간의 재활기간을 거쳐 이번에 첫 연극무대에 도전한다. 당시 ‘백플립’(벽을 차고 뒤로 한 바퀴 도는 기술)을 하던 도중 “컨디션이 너무 좋아 한 바퀴 돌 것을 한 바퀴 반이나 돌아서 다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뮤지컬 ‘페임’ 때도 ‘컨디션이 좋아 무리하다’가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옆에 있던 정원중씨는 “이번 연극에서는 춘길이의 두 다리를 야구방망이로 부러뜨리는 장면이 있다”며 임씨에게 “너 조심해라”고 농담을 던졌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적나라한 표현을 썼던 연출가 이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밑바닥 인생의 거친 욕설과 치졸하고 추한 싸움을 무대 위에서 리얼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세 배우는 더블 캐스팅도 없이 한 달간 거친 수다와 액션의 호흡을 맞춰나간다.
정씨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TV탤런트로 출연하면 은행통장만 쳐다보게 된다”며 “언제든지 내 맘을 흔들어 놓는 작품이 있다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02-6248-0303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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