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찾아서]개봉문구/‘상큼한 개봉’ ‘~사로잡는다’ 등 다양

  • 입력 2004년 6월 2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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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이 거창해 보이는 문구는 어느 영화건 개봉일이 가까워오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예고편이나 광고에 항상 단골로 자리를 잡았다.

개봉박두(開封迫頭)란 한자의 뜻 그대로 풀어보면 봉해 놓은 봉투를 열어보는 날이 가까워왔다는 말이다. 완성된 영화 필름을 극장에 보내면 그걸 영사기에 걸고 상영할 때가 아주 가까이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로운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할 때가 머지않았으니 관객들에게 기대하라는 이 문구는 영화 광고에서뿐만 아니라 신제품이나 새로운 것들이 나올 때면 빠지지 않고 쓰이는 말이었다. 누가 언제 가장 먼저 사용해 영화마다 이 말을 개봉문구로 썼는지는 모르지만 영화 말고도 하나의 유행어처럼 자리 잡은 걸 보면 정말 대단한 파급력을 가진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고 한글세대들이 점점 극장을 찾다 보니 60, 70년대에 쓰였던 이 말은 천편일률적이고, 식상하게 받아들여졌다. 뭔가 변화를 바라던 80년대 초 영화 광고 카피의 참신함과 파격으로 흥행바람을 일으켰던 김정률씨(당시 명보극장 기획 상무)가 ‘곧 개봉’이라는 순우리말을 섞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 전의 개봉문구에서 단어만 조금 바꾼 것이지만 꽤나 신선해 보였던지 이후부터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대신에 ‘곧 개봉’이란 문구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20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장 많이 쓰이는 개봉문구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곧 개봉’이라는 문구도 원래 의도대로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인지 영화의 장르나 내용에 따라 다양한 개봉문구가 등장한다.

‘상큼한 개봉’ ‘확 개봉’ ‘거대한 개봉’처럼 직접적으로 개봉이라는 말을 언급하는 개봉문구부터 ‘∼사랑이 시작된다’, ‘∼당신을 사로잡는다’ 등 은유적 표현으로 영화의 개봉을 다양하게 알려준다.

영화마다 독특하고 참신한 콘셉트로 개봉안내를 하는 것은 관객들의 감각이 발전해 갈수록 영화광고도 점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관객들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개봉문구를 만들고, 그래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도록 하는 것도 영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일이다.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와 예고편, 광고의 메인 카피 이외에도 작다면 작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개봉문구까지 신경 쓰는 이런 세밀함이 영화 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밑바탕으로 얼마나 좋은 영화가 탄생할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uni1107@unitel.co.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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