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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0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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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 무용 포스터와 카탈로그 등 공연사진을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몇 안 되는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인 그는 ‘돈이 안 된다’며 모두들 외면하는 ‘가난한’ 연극판과 12년째 연을 맺고 있다. 그것도 ‘대학로 주요 공연사진의 절반을 찍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지난해에만 40여편의 공연사진 작업을 했다.
그는 오랫동안 패션과 광고 사진 작업을 해 왔고 뮤직비디오 감독도 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지녔다. 하지만 관심의 한 축은 늘 무대에 있었다.
“수익이야…. 하지만 재미있어요. 무대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보여 주는 배우들도 처음 카메라를 들이대면 경직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조금 지나면 ‘끼’가 어쩔 수 없이 나오더군요.”
93년 친구의 소개로 한 극단과 일하면서 시작된 연극과의 인연은 곧 ‘계약 관계’를 넘어섰다. 그는 “연극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그냥 끌렸다”고 말했다. 극단 목화는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 독일 공연에 그를 ‘몬테규’ 역으로 캐스팅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극단 컬티즌의 단원(공연 스태프)으로 연극협회에 정식 회원 등록을 했다.
“스태프로 동행했던 독일 공연에서 연출가가 갑자기 출연 부탁을 해 왔어요. 아마도 듬직한 체격이 역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무대 위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는 2002년에는 공연을 녹화해 중계하는 인터넷 방송국 ‘마루 TV’를 차리기도 했다. 큰 맘 먹고 시작한 일이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아 1년 반 만에 투자금 5억원을 모두 ‘까먹고’ 문을 닫았다.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니 후회는 없어요. 이제는 ‘연극 사진하면 누구’로 불리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연극계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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