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불새’ 이유진 작가 “이제 애증의 드라마 펼쳐져요”

  • 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40분


MBC 드라마 ‘불새’의 이유진 작가. 미인으로 알려진 그는 “작가가 얼굴이 알려지면 안좋다”며 사진 촬영 도중 선글래스를 벗으려 하지 않았다. 박주일기자
MBC 드라마 ‘불새’의 이유진 작가. 미인으로 알려진 그는 “작가가 얼굴이 알려지면 안좋다”며 사진 촬영 도중 선글래스를 벗으려 하지 않았다. 박주일기자
MBC 드라마 ‘불새’(월화 밤 9:55)의 이유진(34) 작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요청해도 “이제 드라마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작가가 설치고 다니면 안 된다”며 여러 차례 거절했다.

그러던 중 14일 오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4회가 방송되고 난 뒤 시청률이 궁금해 한숨도 못 잤어요. 아침에 시청률을 확인하니 20%가 넘었대요. 기분이 좋아서 전화를 했어요. 인터뷰에 응할 게요”

20%의 시청률은 드라마에 인기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표시.

1∼3회에서 10% 후반에 머물던 ‘불새’의 시청률은 13일 방송된 4회에서 20.6%(TNS 미디어 코리아 조사)를 기록했다. 4회는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부잣집 딸 지은(이은주)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리빙 헬퍼(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고 세훈(이서진)은 가난한 고학생에서 유학을 마친 뒤 기업의 CEO로 스카우트되는 내용. 서로 사랑했지만 극복할 수 없는 차이로 헤어진 지은과 세훈의 형편이 뒤바뀌는 드라마의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3회까지는 도입부였고 이제부터 극적인 이야기가 본격 전개됩니다.”

이유진 작가는 1994년 MBC 코미디 작가 공채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드라마 작가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99년까지 방송사 오락프로의 구성 작가로 활동하다가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가 쓰고 싶어 그만뒀다. KBS2 특집드라마 ‘도시괴담’(2001)과 영화 ‘폰’(2002)의 대본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만족스럽진 못했다.

미니시리즈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2년. 김수현 최완규 등 유명 드라마 작가들의 대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할리 퀸의 로맨스 소설 ‘그에게 맞지 않는 여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지금의 ‘불새’를 7회까지 완성해 제작자와 PD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그가 초고를 들고 PD들을 찾아다니다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메시지를 남겨도 응답을 안 해주는 PD, ‘이 드라마는 안 된다’고 말하는 PD 등 여러 PD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간혹 “조금 보완하면 되겠다”며 다른 PD를 소개시켜주는 제작자도 있었지만 검증 안 된 신인을 홀대하는 풍토는 커다란 벽이었다.

그러다 결국 지난해 5월 MBC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MBC가 “대본이 좋다”며 받아들인 것도 그에게는 아이러니로 느껴졌다.

‘불새’ 5, 6회에서는 세훈과 지은의 애증이 본격 시작된다. 세훈은 지은의 친구인 미란(정혜영)과 결혼을 앞두고 지은을 좋아하는 서정민(에릭)이 이사로 있는 회사에 들어가서 지은의 곁을 맴돈다. 그는 “더 이상 소개하면 드라마가 재미없으니까 나중에 방송을 보라”며 웃었다.

24부작인 ‘불새’는 16회까지 대본이 이미 완성돼 있다. 촬영 직전에야 대본이 나오는 경우가 흔한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는 의외다. 그만큼 연기와 연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작한 이상 정상의 드라마 작가가 돼보고 싶어요. 30% 이상의 시청률을 꿈꾼다면 욕심이 과한가요?”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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