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전 과학교과서 영문원전 발견…美 스틸박사著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03분


이번에 발굴된 영문 원전에 소개된 부력실험.
이번에 발굴된 영문 원전에 소개된 부력실험.
《100년 전 우리 과학교과서의 원전이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1906년 국내에서 발간된 ‘신찬소물리학(新撰小物理學·새로 편찬해 간추린 물리학)’은 일본 교과서를 편역한 것으로 일러두기에 원전인 미국 책을 밝히고 있는 유일한 우리 물리교과서다.》

청주교대 과학교육과 정병훈 교수는 “2월 경북대 박종석 교수와 함께 일본 쓰쿠바대를 방문해 이 대학 도서관에서 ‘신찬소물리학’의 원전인 미국인 조엘 스틸 박사의 ‘14주 코스 자연철학’(1870)이라는 책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14주 코스 자연철학’은 당시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물리교과서이다.

정 교수는 ‘신찬소물리학’을 원전과 대조 분석한 결과 삽화가 90% 정도 일치하고 단원 편집과 내용이 상당히 일치함을 알아냈다. 또 스틸 박사의 저서가 대한제국 말 국내에서 발행된 3종의 다른 물리교과서와도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정 교수는 “스틸 박사의 저서를 원전으로 한 ‘신찬소물리학’은 100년 전의 교과서지만 지금도 교육자료로서 손색이 없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현재의 컬러교과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교적 섬세한 삽화도 눈에 띈다.

구한말 교과서 '신찬소물리학'의 부력실험 페이지

‘신찬소물리학’ 33쪽에는 반구형 병 안에 양팔저울을 두고 한쪽에 납으로 된 추를, 다른 한쪽에 큰 구리공을 매달아 평형을 이루게 한 후 공기를 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그림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나온다. 결과는 저울이 구리공 쪽으로 기운다는 것. 공기에 의한 부력 덕분에 평형을 이루다가 공기가 없어지자 부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외 대부분의 과학관에 전시돼 있는 실험도 소개돼 있다. 2개의 파라볼라형 반사판을 마주보게 놓고 한 반사판의 초점에 시계를 두면 다른 반사판의 초점에서 이 시계의 소리를 듣는 내용이다.

‘개화기 과학교과서의 발간 실태와 내용분석’에 대한 논문을 썼던 박 교수는 “1896∼1915년에 출판된 초중등 과학교과서는 137종이며 이들은 중국을 통해 들어오거나 선교사가 직접 번역 또는 일본 책이 편역됐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당시 우리의 교육상황을 봤을 때 ‘신찬소물리학’에 소개되고 있는 실험들을 모두 해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첨단분야가 아닌 고전분야라면 수십년 전에 발간된 과거의 과학교과서를 연구함으로써 현대 과학교과서에 적용할 만한 재미있는 학습소재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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