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외국인 서울 서바이벌/서울속 '외인지대'

  • 입력 2004년 1월 29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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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길을 가다보면 어느 순간 거리 풍경이 아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Hopital Ste-Marie(성모병원행이라는 뜻)’처럼 읽기 힘든 프랑스어 표지판이나 ‘t北三省u店(동북삼성반점)’ 같은 중국식 한자체 간판, ‘とんかつ(돈가스)’ ‘ラ―メン(라멘)’ 등의 일본어 간판이 늘어서 있는 곳. 바로 외국인 집단 거주지다.

○ 프랑스 타운 반포동 서래마을

외국인 거주지 가운데 가장 이국적인 곳이다. 프랑스어 간판이나 표지판은 물론 곳곳의 와인가게들이나 구수한 바게트 냄새가 흘러나오는 빵집에서 프랑스 정취가 절로 느껴진다. 1985년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 학교가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프랑스인 주민은 400여명. 프랑스어가 통하는 거의 모든 생활시설이 갖춰져 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거나 가족 중에 유학생을 둔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와인 전문점 ‘Ten to Ten’(02-3477-0303)이나 프랑스 단골들을 위해 외국인 제빵사가 빵을 만든다는 ‘파리 크라상’(02-3478-9139) 등은 이 지역의 명물 가게로 유명하다.

○ 리틀 도쿄 동부이촌동

제일 오래된 외국인 거주지이다. 70년대 한강 외인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조성된 이 마을은 현재 용산구 이촌1동 아파트 일대에 일본인 1500가구가 모여 산다.

이곳 집주인들은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주는 데 저항감이 적고 대부분의 상점에서 일본어와 영어가 통한다. 일본인 전용창구를 갖춘 은행과 일본인 어린이반을 개설한 유치원도 있다. 본고장 맛을 내는 일본음식점들도 즐비하다. 우동집 ‘보천’(02-795-8730)과 일본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아지겐’(02-790-8177), ‘미타니’(02-797-4060) 등에는 고향의 맛을 찾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구로구 옌볜동 차이나타운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은 주한 외국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동포들이 자리 잡은 작은 옌볜(延邊)으로 불린다. 여기에서 사는 중국동포들은 3000여명.

90년대 구로공단 공장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중국동포들이 모여들었다. 음식점과 식료품점, 환전소, 국제전화방 등이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불법체류자 단속 이후 한산하다. 이곳 음식점들에는 양고기 꼬치구이, 건두부, 자라탕 등으로 보통 중국식당에서는 보기 힘든 본고장 요리가 많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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