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문구씨 투병일기 출간…"난 약자의 편에 선다"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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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이고 언론이고간에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여기고 있는데 일생 변함이 없다. …지금 같은 추세로는 언론을 지지하는 쪽이 약자인 이상 나는 무슨 이유로든 강자편이 될 수는 없다. 이것이 불이익적 생리이다.”(2001년 7월 5일 일기 중)

지난해 2월 25일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씨. 1주기를 앞두고 그의 투병일기 모음인 ‘그리운 이문구’(중앙M&B)가 출간됐다.

작가가 위암수술을 받기 한 달 전인 2001년 1월 1일부터 2003년 1월 8일까지 쓴 일기 가운데 이씨의 부인 임경애씨(51)와 출판사가 일부를 가려 묶은 것. 부인 임씨는 “그분 성품 그대로 숨김없이 쓰셨더라”고 말했다.

작가의 일기는 내면의 개인적인 토로이기보다는 문단사, 사회사를 기록한 비망록에 가깝다. 특히 2001년 7월 5일 일기에는 당시 사회 현안이었던 언론사 세무조사의 경과를 긴 분량으로 기록하며 김대중 정부의 언론정책을 격정적으로 비판했다.

“DJ는 정부권력이 언론을 통제 관리할 때 그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인물이며 그의 집단 역시 가장 많이 불이익을 당한 집단이다. 그런 그들이 반역지사지(反易地思之)식으로 언론을 통제 관리하고자 하여 평지풍파를 조장하고 있으니, 세월의 덧없음인지 인사(人事)의 덧없음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2000년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수상으로 네티즌들에게 거센 공격을 받았던 이씨는 같은 날짜 일기에서 동아 조선에 외부필자로 글을 쓴 지식인들이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지탄받는 것에 대해 ‘DJ 정권의 대(對)지식인전 포고’라고 비판했다.

책 뒷부분에는 소설가 박태순 한승원 황석영 송기원 김정환 한창훈씨 등 동료 및 후배작가들의 이씨를 회고하는 글이 실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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