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불이 꺼지면 꿈이 켜진다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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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극단 `이미지 씨어터`의 공연 `베스트 오브 이미지` - 사진제공 앰프·그래픽 강동영기자
체코 극단 `이미지 씨어터`의 공연 `베스트 오브 이미지` - 사진제공 앰프·그래픽 강동영기자
《빛과 색을 이용한 마임 공연을 말한다. 검은색 무대를 배경으로 의상이나 소품에 특수 안료를 바르고, 특수 조명을 비추면 관객은 안료를 바른 부분만 볼 수 있다. 컴컴한 밤에 빛나는 야광 물체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기법을 통해 동화 또는 만화에서 나올 법한 상상의 세계를 무대에 표현할 수 있다. 검은색을 배경으로 빛을 발하는 배우와 소품은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료를 바르지 않은 부분은 관객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우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 배우가 자유롭게 공중을 날거나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변신하는 듯 보이게도 한다.》

‘블랙 시어터(Black Theatre)’ 또는 ‘블랙 라이트 시어터(Black Light Theatre)’로 불리는 마임 공연은 한국에서 생소하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공연 형식은 아니지만 체코에서는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도 프라하에서 100여개 극단이 ‘블랙 시어터’를 공연하는 등 체코의 문화상품으로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체코를 대표하는 독특한 공연 ‘블랙 시어터’가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블랙 시어터의 명문 극단인 ‘이미지 시어터’가 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것. 이 극단은 1990년 음악가 알렉산더 치하지와 무용가 에바 아스테로바가 주축이 되어 창단됐다. 현재 프라하에 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그리스 등 유럽 각국에서 공연해 찬사를 들었다.

숭실대 장원재 교수(연극학 박사)는 “가스등을 활용한 조명이 본격적으로 연극에 도입된 150∼200여 년 전부터 ‘블랙 시어터’가 시작됐다”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부터 철학적 공연까지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블랙 시어터’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시어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어린이용 공연인 ‘베스트 오브 이미지(The Best of Image)’와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캐비넷(Cabinet)’ 등 두 편을 무대에 올린다.

‘베스트 오브 이미지’는 지난해 5월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에 초청됐던 작품으로 당시에도 호평을 받았다.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을 다양한 이미지로 코믹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은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캐비넷’은 다소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지지만, 아무리 새로운 발명이라도 결함이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 작품의 전제. 발명품의 결함은 또 다른 발명품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발명품 역시 필연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으므로 또 다른 발명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 결국 문명은 이 같은 ‘모순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베스트 오브 이미지’=화∼금 오후 4시. ‘캐비넷’=화∼금 오후 7시반, 토 일 오후 4시, 7시반. 2만∼3만5000원. 02-3675-2754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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