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조수현/폐경기 호르몬처방 ‘失보다 得’

입력 2003-12-23 18:05수정 2009-10-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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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중장년 여성들은 폐경과 함께 많은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사추기(思秋期)’라고 불릴 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한국의 50대 이상 여성은 550만명에 이른다. 여성은 50세가 넘으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누구나 폐경을 겪는다. 안면홍조, 생식기 위축 등과 같은 폐경 증상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이 동반되고 우울증 등 정서적인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이때 부족해진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적절히 투여하면 이 같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도 폐경 여성에게 감소된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2002년 7월 미국에서 발표된 한 논문 때문에 의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폐경 여성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 논문은 폐경기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증가한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수십편의 논문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어떤 약물 치료든지 효과라는 이득이 있으면 부작용이라는 손해가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의사는 개인의 체질과 특성에 따라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해 약을 처방해준다. 실제 호르몬을 투여했을 때 대부분의 폐경 여성에게는 이득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만 민감하게 반응해 호르몬 복용을 꺼리는 여성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폐경기 치료제 중의 하나가 함량 문제로 생산이 중단됐다가 생산을 재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결국은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런 것들이 호르몬 요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사는 처방하기 전 약에 따른 이득과 손해를 항상 염두에 둔다. 극히 일부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해서 이득이 더 많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처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호르몬 요법의 경우 소량 복용하면 부작용의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골다공증 예방 효과는 같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호르몬 처방을 받았던 여성들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조수현 한양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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