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 덕수궁터 美대사관 신축 심의 보류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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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경기여고 자리 덕수궁 터에 추진되고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 및 대사관 직원숙소 건축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보류됐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장 정영화 영남대 교수)는 18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전체 분과위원 11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미 대사관 신축 문제는 덕수궁 터의 문화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에 부딪혀 논란을 빚어왔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정 위원장은 “지표조사를 검토한 결과 사안이 중요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사적분과와 건조물분과 등 관련 분과들의 합동회의를 통해 재심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 보류 결정에 따라 미 대사관 및 직원숙소 건축 문제는 내년 1월 28∼30일경 열리는 재심의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8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있는 문화재위원회는 사안별로 해당 분과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하지만, 사안이 중대할 경우 합동 혹은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내 아파트 건립(2000년 11월), 경주 경마장 건립(2001년 4월), 경주 석굴암 경내 유물 전시관 건립(2003년 4월) 문제를 놓고 전체회의가 소집된 바 있다. 이들은 재심의 끝에 모두 ‘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번 결정 유보에 대해 서울시는 “추후 회의에서 합리적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하지만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시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시는 또 “불허 결정에 대비해 4대문 안의 대체 부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4대문 밖의 경우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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