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부의 아이넷 키우기]<2>TV코드 과감히 '싹둑'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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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녀석이 책읽기에 흥미를 가졌다고 하니까 엄마들이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좀 부담스럽긴 하다. 우리 아이가 대단한 책벌레가 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에 넷째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여러 모로 신경을 기울여 보았다. 아이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도서관에도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책과 친숙해지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부산하게 돌아다닐 뿐 책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치원 입학하고서는 친구와 노느라 책하고 점점 멀어져 갔다. 게다가 엄마가 일이 많다 보니 집에서는 TV나 비디오를 자주 보게 되었다. 1시간짜리 ‘공룡대탐험’이란 비디오는 꼼짝도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보던 아이였다.

그런 녀석이었는데 TV를 없애고 나니 상황이 바뀌었다. TV나 비디오를 보던 시간에 아이는 밀쳐두었던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하였고 책도 손에 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저녁시간이면 책을 보느라 방안 가득 책을 흩어 놓는다. 그러나 친구 집에서 재방송하는 ‘야인시대’는 열심히 보는지 ‘시라소니랑 김두한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게?’ ‘김좌진 아들이 누구게?’라며 의기양양하게 물어 보곤 한다.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 주제가도 잘 따라 부른다. 얼마나 보고싶을까? 그러면서도 TV를 사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TV하면 엄마들은 참으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올해 초 TV를 치웠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고교 3학년인 큰아이가 TV 앞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 외출 전 TV를 보지 말라고 몇 번씩 말했던 터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가위로 TV 코드를 싹둑 잘라버렸다. 고물이 다 된 TV를 버리고 새로 사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고 큰아이도 TV를 안방으로 넣으라는 말을 하던 터라 주저하지 않았다. 큰애는 본인의 자율의지로는 TV를 보지 않는다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해 하였고 남편은 뉴스를 보지 못해 한동안 섭섭해했다. 나는 드라마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아이들 앞에 떳떳할 수 있었다. 걱정은 넷째 녀석인데 생각보다 태연했고, 오히려 TV를 없앰으로써 가장 큰 혜택은 넷째에게로 돌아갔다.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책 5권을 읽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것도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된 요인이다. 이건 너무 잘한 일인 것 같다. 아이가 컴퓨터를 하기 전에 소리내 책 읽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밤마다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점일 것이다.(잠자리에서 책 읽어주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부인 로라 부시 여사까지도 홍보대사로 나섰다고 한다)

아이는 요즘도 잘 때면 “책 읽어줘야지”하고 조른다. 그러면 비록 책을 읽어주다 내가 먼저 잠들지라도 책을 읽어주게 되는데 내가 졸기라도 하면 아이는 책으로 내 얼굴을 마구 문질러 깨운다. 때론 피곤하여 귀찮기도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아이와 내가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조옥남(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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