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23>間 諜(간첩)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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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 諜(간첩)

諜-첩자 첩 敵-적 적 謀-꾀할 모

彼-그 피 殆-위태로울 태 逆-거스를 역

間은 閒(간)으로도 쓴다. 대문(門)의 틈바구니로 햇빛(日)이나 달빛(月)이 스며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본디 뜻은 ‘틈새’다.

諜은 言(언)과 4(엽)의 합성자다. 여기서 ‘4’은 본디 ‘얇은 나무 조각’이었는데 후에 ‘얇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얇은 풀(초)이 葉(잎사귀 엽)이며 널판지 조각(片)을 얇게 해 종이대신 사용했던 것이 牒(편지 첩)이다.

그러니까 諜은 수집한 적의 정보를 직접 말(言)로 하거나 아니면 얇은 나무 조각(4)을 사용해 기록했던 데서 연유한다. 따라서 間諜이라면 몰래 敵地(적지)에 잠입해 틈새를 보아 敵情(적정)을 염탐해 보고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間諜’이라는 말은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금부터 무려 2100년이 넘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는 情報(정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間諜의 效用(효용)을 누구보다도 강조했던 이가 孫子(손자)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兵法(병법) 謀攻篇(모공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知彼知己(지피지기)면 百戰不殆(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의 전쟁도 위태롭지 않다.

또 전에도 강조했지만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소위 不戰勝(부전승)의 장수를 최고의 名將(명장)으로 보았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情報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의 兵法(병법)중 用間篇(용간편)은 바로 間諜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다룬 내용이다.

그에 의하면 間諜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鄕間(향간) 內間(내간) 反間(반간) 死間(사간) 生間(생간)이 그것이다. 鄕間이란 상대국의 서민을 고용하는 것이며 內間은 상대국의 관리를 고용하는 것이다. 또 反間은 일종의 이중간첩으로 逆情報(역정보)를 흘리기 위해 이용하며 死間은 反間보다 더 복잡한 間諜으로 배반할 가능성이 있는 諜者(첩자)에게 허위정보를 주어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허위정보이므로 결국 그는 적의 손에 의해 처형될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生間이란 상대국의 정보를 탐지한 뒤에 살아 돌아와 자세하게 보고할 수 있는 諜者를 말한다. 물론 間諜중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다.

몇 년간 잠잠한가 싶더니 요즘 갑자기 ‘間諜’이라는 말이 人口에 膾炙(회자)되고 있다. 孫子에게 묻고 싶다. 그를 알고(知彼) 나를 아는 것(知己)도 중요하겠지만 나를 잘 방비하는 것(備己)도 중요하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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