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스타추종 팬들 이젠 감시자로"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36분


‘해외촬영에서 돌아온 연예인 송모씨가 연인과 애정의 징표이던 휴대전화 뒷번호를 바꿨다.’ 어찌 보면 가십거리도 안되는 이런 시시콜콜한 스타들의 사생활은 말이 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전국에 퍼진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스타들의 예전 학창시절 사진이 공개돼 ‘성형미인’이란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도 했다. 스타를 추종하기만 할 것 같던 팬들은 이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감찰자가 돼버렸다. 이 과정에서 하늘에 있던 스타는 지상의 ‘명사’로 추락해 끊임없이 가십의 대상이 된다.

명사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대중심리에 대해 채지영 박사(이화여대 심리학과 강사)는 “자아실현의 한 과정이며 우상을 자기와 유사한 관계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욕구의 표출”이라고 해석한다.

5월 영국 레스터대 심리학자들이 18∼60세의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명 가운데 1명 꼴로 명사들의 사생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미국 플로리다 디브리대의 심리학자 린 메커첸 등이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20%는 ‘사회 오락적인’ 이유로 미디어를 통해 명사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영국 레스터대의 연구에 참여한 존 말트비 박사(심리학)는 명사에 대한 몰입정도에 따라 증상을 크게 초기-중기-심화의 세단계로 구분했다.

무거운 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연예기사 한 토막을 열심히 읽어뒀다면 초기단계에 해당된다. 이런 부류는 응답자의 20%를 차지했다. 중기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특정 명사에게 친근감을 갖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유대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명사의 언행이나 풍모를 따라한다. 전체의 10% 정도. 심화단계는 1%정도의 소수로 흔히 ‘스토커’로 분류되는 사람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현대인들은 고립돼 소외감을 느낄수록 자신을 이해하고 대변해 줄 대상을 계속 찾게 된다”며 “명사의 이질성을 동경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순된 행동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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