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스포츠대회 연출 유경환씨 대구 U대회 ‘마지막 무대’

  • 입력 2003년 8월 1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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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작이라고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갑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

20년 가까이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에게 이번 무대는 어쩜 평생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21일 개막하는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회식 공연 총괄연출을 맡은 유경환씨(62.사진). 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시작으로 88년 서울올림픽, 99년 강원 동계아시아경기를 비롯해 지난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까지.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굵직한 스포츠 행사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개폐회식의 음악 무용 미술 제작 영상 조명 음향 등을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습 과정을 거쳐 최종 무대에 올리는 것이 그의 업무.

“유니버시아드가 끝나면 국제대회는 당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지 않을 것 같네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더라면 내 손으로 치르고 싶었는데….”

개회식을 눈앞에 둔 17일 유씨는 주경기장에서 최종 리허설을 진두지휘하며 막바지 작업에 매달렸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녹음작업을 하고 곧바로 대구에 다시 내려온 그는 60줄에 접어든 나이에도 지칠 줄 몰랐다. 백발이 성성한데도 청바지와 면티셔츠 차림으로 출연자들을 다그치는 모습에선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해 온 그는 섬유와 패션, 첨단 정보기술(IT)도시로 떠오르는 대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 출연자를 4000명 정도로 줄여 경제적인 행사로 유도한 대신 그동안 사용한 적이 없는 새로운 시스템 위주의 첨단 영상 자료를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특히 700개의 북에서 소리 대신 뿜어져 나오는 빛의 향연은 장관을 이룰 전망.

60년대 초 대학을 중퇴하고 무대감독으로 뛰어든 그는 새 밀레니엄 첫날 ‘새천년맞이 자정행사’ 총연출의 대임을 맡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요즘은 서울 집을 떠나 1주일에 4, 5일씩 대구에 머물러야 하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나에겐 천직이나 다름없는 걸요.”

대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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